"번거롭게 매장에 나가지 않고도 원하는 스타일의 청바지를 구입할 수 있죠.
인터넷을 통해 말입니다. 제가 고른 제품이 마음에 드는지 전자우편으로
친구들이랑 상의해볼 수도 있구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골든게이트브리지(금문교)에서 남동쪽으로 차를
달리면 20분가량 걸리는 배터리스트리트.

리바이스사 본사 앞에서 만난 브라운(21)씨는 지난해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인터넷을 통해 청바지 2벌을 샀다며 "온라인 구매"의 매력을 털어
놓았다.

이 회사 리바이스제품 홈페이지(www.levi.com)로 들어가면 일반매장에선
볼 수 없었던 광활한 인터넷세계를 만날 수 있다.

미주지역 온라인 판매코너를 찾아가면 우선 눈길을 끄는 아이콘은 "스타일
파인더(style finder)".

개인의 취향에 따라 6가지 스타일의 청바지제품을 추천해 주는 곳이다.

스타일파인더에선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확인하고 3가지 분야의 취향을
묻는다.

음악쪽에선 랩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힙합을 얼마만큼 즐기는지 등급을
매긴다.

모양새는 자유분방한 스타일이나 작업복스타일 등에 대해 각각 선호도를
정한다.

취미생활과 관련해선 조깅 사진촬영 댄스 등에 대한 기호도를 말하고
"파인더"에게 자신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골라준다.

스타일 파인더는 "어떤 옷을 찾으세요"라고 물으면서 몇가지 제품을 꺼내
놓는 일반매장의 직원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를 이용한 고객중 75%는 추천제품이 자신의 성향에 꼭 맞다는 반응을
보였다는게 회사측의 얘기다.

추천받은 상품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면 화면상에서 가격과 함께 제품의
앞모습은 물론 뒷모습까지 보여준다.

확대해 보거나 옷이 몸에 얼마나 꼭 끼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고 나면 자기몸에 맞는 사이즈와 원하는 색상을
선택한뒤 쇼핑백에 담아 주소와 배달방법을 지정해 주문하면 그만이다.

약 2주만에 배달된다.

뿐만 아니다.

주문하기 전에 자신이 고른 제품을 친구들이 좋아하는지 친구들에게 물어볼
수도 있다.

"마이 컬렉션" 코너를 통해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자신의 선택이
훌륭했는지를 객관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리바이스는 이같은 온라인판매를 지난해 11월23일부터 시작했다.

이에 앞서 이 회사는 캐나다에서 시범서비스를 거치는 등 9개월간의 준비
작업을 거쳤다.

"온라인 판매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를 미리 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은
하이테크 기술이 아니라 빠르고 쉬운 주문을 원했다"는게 개빈 파워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장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원하는 제품을 빨리 찾아 주문하고는 빠져 나올 수 있는
웹사이트에 착안했다.

인터넷 판매용 웹사이트를 디자인하기 전에 철저한 웹분석단계를 거쳐
이같은 고객들의 요구를 채워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일반매장에선 맛볼 수 없는 온라인판매의 강점도 곁들였다.

청바지만 전시하는게 아니라 다양한 액세서리를 선보여 고객들의 눈길을
끌도록 했다.

가죽점퍼나 신발 양말은 물론 어깨끈 벨트 지갑 등 일반인들은 리바이스에서
만드는지도 잘 모르는 제품까지 소개할 수 있는 기회까지 잡게 됐다.

이 회사는 연말 쇼핑시즌을 겨냥해 터뜨린 인터넷 판매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재니 리건 온라인판매 담당 부사장은 "온라인 판매를 도입한 결과 지난해
12월 첫주부터 매출규모가 매주 50%씩 늘어나는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고
말했다.

리바이스가 인터넷판매에 나선 것은 10대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에서 비롯됐다.

1백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리바이스는 지난 85년 중.저가의 포멀한 제품인
"다커스"란 브랜드를 새로 선보였다.

25세 미만의 청소년들에게는 "리바이스"를 파는 대신 34세까지의 젊은
직장인들을 겨냥한 제품이다.

다커스는 이미 지난 91년 1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히트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를 통해 리바이스는 미국내 청바지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최고 브랜드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11월말 결산인 이 회사는 지난해 60억달러어치를 팔았으며 이중 미주지역
에선 65%인 39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리바이스의 온라인판매 스토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제프 베크먼 미주지역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온라인 판매장 개장을 기념해
지난해 12월7일 이색적인 이벤트를 선보였다"고 소개한다.

바로 "시메스터 온라인"이다.

3명의 대학생이 뽑혀 그들이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에 필요한 모든 구매
활동을 인터넷으로 처리하고 그 내용을 싣는 코너다.

식사는 물론 선물 교재 화장품 신발 등을 언제 어디서 얼마에 샀다는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리바이스는 이를 "그동안 시도된 적이 없는 전자상거래 실험"이라고 얘기
한다.

< 샌프란시스코 = 손희식 기자 hssoh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