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라운드까지의 2위가 우승할 확률은 얼마나 되는가.

메이저는 물론 대부분 대회에서 2위가 우승하는 경우보다는 우승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것은 우승자는 단 한사람이며 그 한사람도 최소 십여명이 넘는 경쟁자
중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마스터스에서는 "그레그 노먼의 우승여부"만이 집중 조명됐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무엇보다 큰 이유는 바로 "그레그 노먼이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이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골퍼들은 노먼을 안다.

"마스터스 몰락, 메이저 좌절"의 노먼 역사는 그 누구보다 우승의 의미를
값지게 할수 있었다.

인간이 골프를 이겨내기는 힘들지만 만약 노먼이 우승했다면 그것은 좌절을
딛고 일어선 골프에 대한 "인간의 승리"로 기억될수 있었다.

이번대회 노먼의 게임은 섭섭할게 없었다.

그는 3라운드까지 우승경쟁수준의 골프를 여지없이 보여 주었다.

특히 오거스타 제압을 위한 첫째조건인 "퍼팅"은 나무랄데가 없었다.

<>그렇다면 노먼의 최종라운드는 이제까지와 똑같은 "몰락"이었던가.

그건 아니다.

그는 다만 후반 14번홀부터 "챔피언 될만한 샷"을 만들지 못했을 뿐이다.

그것은 우승을 놓친 다른 숱한 선수들과 다를게 없다.

최종라운드만을 놓고 볼때 노먼에 대한 "킬러 샷"은 올라사발의 13번홀
(파5)버디퍼팅이었다.

노먼의 이글후 2분만에 나타난 올라사발의 7m 버디.

흐름적으론 빠지기 십상인 그 퍼팅이 들어갔고 그것은 노먼 입장에서 방법이
전혀 없는 상대방의 성취였다.

노먼이 1타차 선두를 유지했더라면 그후의 상황은 극히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골프에서의 "가정법"은 언제나 부질없는 법.

어쩔수 없는 상대의 성공역시 골프의 일부로 봐야하고 그 골프라는 게임이
바로 노먼의 기회를 앗아간 것에 다름없다.

<>올라사발도 걷지 못할 정도의 부상을 딛고 일어 섰지만 노먼도 어깨수술로
인한 7개월간의 공백을 극복했다.

그것은 최소한 메이저 경쟁수준의 골프회복이다.

96년의 6타차 역전패는 분명 "실망"이었다.

그러나 올해 갤러리들의 박수에 힘이 빠진 것은 아쉬움을 나타낼 뿐이다.

그 박수속엔 "사라지지 않는 노먼"에 대한 격려의 메시지가 존재한다.

불운한 이시대의 스타.

그 존재 의미를 골퍼들이 이해했으면 좋겠다.

< 김흥구 전문기자 hkgolf@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