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12일 서울 지하철역 구내 곳곳에 김대중 대통령의 담화문
형식을 띤 "가상 대자보"를 붙여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김 대통령이 "국민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을 중단합니다"라고 선언하는 내용의 가상 담화문 대자보 5천여장을
제작, 이 가운데 5백여장을 서울 각 지하철역에 붙였다.

김 대통령의 사진이 붙어 있는 이 대자보에는 "4월 총파업 선언" "말보다
행동이 필요하다" "우리가 하겠소" 등의 소제목이 있으며 대자보 밑에는
실제 대통령 담화문이 아니라는 말과 함께 민주노총이 제작했다는 표시가
있다.

경찰은 "대자보에 대통령 사진과 봉황문양 등이 있어 시민들이 혼란을 빚을
소지가 있다"면서 "경범죄처벌법상 광고물 무단부착에 해당되는 만큼 작성자
를 검거해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정부가 정리해고 위주의 일방적 구조조정으로
국민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국민이 거세게 저항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 담화 형식을 빌어 국민의 절박한 요구를 알리고자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 김태완 기자 tw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