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한국의 기업 부문이 근본적인 구조 개혁에
나서지 않는 한 그간의 금융 개혁 노력도 수포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12일
(현지시간) 경고했다.

무디스는 이날 ''한국의 기업 구조조정과 금융부문에 대한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부실 기업에 대한 워크아웃 등
새로운 복병을 만나 고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기업 워크아웃 프로그램은 당초 취지와 달리 기업
회생 등의 가시적인 결과를 내지 못한채 금융기관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또 한국 기업들이 정부의 일률적인 부채비율 축소 요구에 따라
자산 재평가 등 눈가림식의 편법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무런 알맹이도 없는 이런 조치들은 한국 경제에 득보다 실을 더 많이
안겨줄 것이며 궁극적으로 기업들의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한
한국 금융계는 또다른 위험에 노출되고 말 것 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의 주요내용을 간추린다.

한국의 기업 구조조정이 금융 부문의 건전성 회복에 대해 미칠 영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업 구조 개혁이 지체될수록 그에 비례해 금융 부문은 물론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회복도 지연될 것이 분명하다.

개괄적으로 볼 때 한국의 금융 개혁 조치는 일정한 진전을 이루고 있는게
사실이다.

모든 은행들이 다운사이징을 단행했으며 비용구조도 극적으로 감축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금융기관들의 이런 자구 노력에 대해 기업들이 발목을
붙잡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은행들은 요즘 중간 규모 재벌들을 대상으로 한 워크아웃 프로그램이라는
덫에 걸려 있다.

워크아웃의 본래 취지는 사실상 부도 상태에 있는 기업들 중에서 회생 가능
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업체를 가려내 한계 기업은 퇴출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퇴출 대상으로 지정된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실제로 청산된
경우는 더욱 드물다.

물론 이른바 빅딜이나 국내 기업간 자산 매각 등의 기업 구조조정작업이
일부 이루어지기는 했다.

그러나 빅딜의 경우는 자산 가치에 대한 관련 기업간의 이견 등으로 실제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실질적인 설비 감축을 동반하지 않는 단순 소유권 이전조치는 공급 과잉
문제를 풀어가는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비록 한국이 최근 외국 자본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위기를 해결
할 만한 수준에는 크게 못미친다.

98년의 경우 외국인 직접 투자는 50억달러에 그쳤다.

주식 매각 등을 통한 외국 자본 유치액은 1백억달러에도 못미쳤거니와
그나마 대부분이 5대 재벌에 집중됐을 뿐 대부분의 다른 기업들은 자본시장
에 접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가 금융권은 물론 기업들의 구조조정에까지 적극 개입하고
있지만 그 영향력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이 지금까지 거둔 경제적 성공은 상당 부분 재벌들에 힘입은 것이었던
만큼 재벌의 도산은 회복 단계의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한편
대외 투자신인도 회복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디스의 견해로는 상당수 대기업들이 여전히 대마불사형인게 사실이다.

한국 정부는 또한 실업자수가 2백만명에 육박하고 실업률이 10%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를 자극할 만큼의 과감한 기업 구조 개혁을 주문하기도
힘든 형편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