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숙 < (주)링크인터내셔널 대표 hschung@linklink.com >

아름다운 건축물 앞에 서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된 가구는 우리의 몸을 편안하게 해준다.

광고나 포스터는 구매심리를 자극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생활용품들은
수시로 우리의 지갑을 열게 한다.

이 모두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한 디자인의 위력이다.

요즘 디자인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품질만 좋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인식이 바뀌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조만간 우리 제품들이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디자인 경쟁력이 가장 높은 나라로 일본을 든다.

일본을 방문하면 전자제품에서 문구류에 이르기까지 "디자인"이라는 무기를
상품 개발에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외국인은 구매시 품질과 디자인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은 가격과 품질에 비중을 두고 있다.

우리의 활동무대가 세계시장이 된 이상, 디자인을 간과하고서는 외국인의
눈길을 끌기가 어렵다.

디자인 산업이 발달하려면 우선 국민들의 미적 안목이 높아져야 한다.

남편의 식성이 까다로우면 아내의 요리솜씨가 좋아진다고 했다.

좋은 디자인을 알아보는 소비자가 있어야 우수한 디자이너들이 많이
배출된다.

국내 소비자가 까다로와야 우리 기업이 멋진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기업에서 파견된 한 일본인이 한국, 미국, 프랑스 여대생에게 앞트인
스웨터를 선물했다.

다음날 한국학생은 스웨터 앞단추를 모두 채운 단정한 모습으로 나타났고,
미국학생은 앞단추를 여러 개 푼 편안한 차림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학생은 스웨터 앞뒤를 바꿔입고 등쪽으로 단추를 푼 감각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일본인은 이런 결과를 자사에 자세히 통보했다.

이제 2001년에는 한국에서 세계디자인대회가 열린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선진외국에 비해 디자인 경쟁력이 많이 떨어진다.

품질은 좋아도 제 값을 못받거나 남의 이름을 달고 진열되어야 했던 우리
제품들.

지금부터라도 디자인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도록 서둘러야
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