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5대 재벌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의 대상이 될수 있다"
고 천명함에 따라 재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김 대통령은 지난해 12월7일 정/재계간담회에서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한
합의를 도출해낸 이후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해서는 안된다"며 재계의 자율
을 강조해 왔다.

그러던 김 대통령의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김 대통령은 우선 "기업구조조정의 현황을 보면 불만족한 점이 많다"며
5대 그룹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을 첫번째 이유로 꼽았다.

이 때문에 당초 지난 10일 열기로 한 정/재계간담회를 22일로 늦췄다가
다시 26일께로 연기했다.

일부 그룹의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부진하고 워크아웃 대상기업의 구조조정
도 목표의 9%선에 머물고 있는데 대한 경고의 성격이 강한 셈이다.

"세계가 5대 기업의 개혁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사실 국제 평가기관인 무디스나 S&P 등이 일관되게 한국의 구조조정 지연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구조조정 해결없이 외국인 투자는 공염불이라는 것이다.

간담회에서 김 대통령이 "반드시" "굳은 결의" "각오"라는 표현을 6차례나
거듭하며 "우리 경제의 사활을 걸고 금년내에 완수하겠다"고 다짐한데서도
굳은 의지를 엿볼수 있다.

"간단한 사람이 아니다"는 것을 확인 시키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 대통령은 지난해는 경제개혁의 큰 틀을 잡고 올해는 개혁을 완수하는
해로 정했다.

하지만 내각제개헌과 총선 등 굵직굵직한 정치현안이 가로놓여 있어 기업
구조조정을 최대한 앞당기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라고 인식한 듯하다.

지난해 3월 금감위가 구조조정기획단의 활동시한을 2000년으로 잡아 김
대통령에게 보고했을때 1년 앞당겨 기업구조조정을 마무리할 것을 지시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또 그의 개혁의지가 결코 후퇴하지 않았다는 것을 대내외에
천명하여 개혁의 고삐를 다시한번 조이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지난 연말 내각제문제가 불거진 이후 여권공조에 틈새가 보이고 급기야는
서상목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사태까지 벌어져 국정전반에 걸쳐 느슨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김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 쐐기를 박는 효과를 노린 듯하다.

요즘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자 기업의 개혁작업이 해이해지고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와관련 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은 "김 대통령은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국정운영을 해오고 있는데도 일부에서는 너무 약하게 보인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강한 개혁의지를 천명한 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간담회를 통해 대통령의 메시지를 국민과 관계기관에 전달
했다"며 "정부도 강한 정부로서 개혁을 적극 추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이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힘에 따라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작업을 속도감있게 끌고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합의에 따라 3개월마다 분기별 재무구조개선실적을 점검하는
작업의 강도도 높아질 것임이 분명하다.

5개 그룹의 분기별 구조조정실적을 처음으로 점검하는 정.재계간담회를
앞두고 이같은 의지를 표명한 것을 보면 "적당히 넘어가지는 않겠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김 대통령이 지난 3월29일 금감위 국정개혁보고회의에서 "자산재평가를
하는 식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용납할수 없다"며 철저히 자구노력을
통한 구조조정을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