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회사 고객예탁금이 13일 7조원을 넘어 7조1천1백45억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지난 12일에는 4천억원의 전환사채 청약금 환불을 제외하고도 3천억원
이 늘었다고 하니 시중 자금이 물밀듯이 증시로 밀려들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고객예탁금외에 실권주 공모등에도 1조원에 육박하는 뭉칫돈들이 몰려
다니는 것을 보면 과연 어디에서 이토록 많은 돈들이 증시로 쏟아져 들어오는
지가 궁금해질 정도다. 하기야 예금금리가 한자릿수대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대출금리조차 한자릿수로 진입하고 있으니 풍부한 시중자금이 증권시장에서
투자처를 찾고 있음은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 것이다.

그러나 고객예탁금이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것을 마냥 반길 수만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단순히 주가 급등을 경계하자는 노파심에서 하는 말은
아니다. 개인투자자들의 예탁금 증가 추세가 수익증권 등 간접투자 수단들과
어느 정도 균형을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급상승후 대파국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지나 않을 것인지를 한번 되짚어 보자는 것이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고객예탁금은 지난해 11월 3조원대를 돌파한 이후
거의 매달 1조원대를 돌파하는 식으로 급증세를 보여왔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매입 자금이 이처럼 급증하는 동안 물론 투신사의 수탁고도 급증했다.
그러나 투신사로 유입된 자금의 대부분은 공사채형에 집중됐고 주식형만
따진다면 뮤추얼펀드를 포함해도 8조원선에 그친다. 여기에 주식형 상품의
주식편입비율을 감안하면 실제 주식매입여력은 4조원 안팎일 것으로 분석
된다.

간접투자 상품이 4조원 수준으로 불어나는 동안 직접투자 자금도 그에
못지않은 수준으로 급증했다는 사실은 우리 증시가 아직도 기관투자가
중심의 시장이라기 보다는 개인중심의 불안한 구조를 지속시키고 있음을
입증하는 한 단면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돌아보면 꼭 10년전 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설 당시만 해도 투신사의 전체 수탁고중 주식형 비중이
50%를 넘어설 정도였으나 지금 이 비율은 놀랍게도 6%선까지 낮아져 있는게
현실이다.

결국 오랜 증시침체 기간동안 증권시장 내부구조가 오히려 개인 중심으로
서서히 재편돼왔고 최근의 예탁금 급증현상을 보면 지금도 그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시장이라는 것은 결국 주가의 등락을 과도
하게 만들고 매매빈도가 지나치게 확대된 끝에 필연적으로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것이 비단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경험만은 아니다. 모처럼의 증시활황
이 개미군단을 대거 객장으로 직접 불러내면서 동시에 파국을 예비하는 시한
부적인 것이 되지 않도록 증권당국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을 재정비하고 다양한 간접투자수단을 개발하며 개인
자문업을 허용하는 등 입체적인 대책을 세워야할 시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