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위원회는 일정기간 이상 근무한 전문직 공무원들에게 특정 자격증
을 자동으로 부여하던 제도를 폐지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잘된 일이다.

공직에 근무하거나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일반 응시자와 달리 시험도
치르지 않고 세무사 변리사 등 특정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은 아무리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합리화시킬 수 없는 제도다. 특혜시비를 면할 길도
없다. 우리는 여태껏 그같은 제도가 왜 바로잡혀지지 않고 지속돼왔는지
이해할 수 없을 따름이다.

공무원의 자동자격부여 폐지는 크게 보면 자격시험제도 개선을 통해 자격사
의 신규진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사실 변호사 등 전문자격사 제도의 모든 문제점은 자격취득요건 강화와 선발
인원 축소 등 신규참입의 제한에서 비롯된다고 볼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문
자격사 수는 선진국들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형편이다. 예컨대 변호사
1인당 국민수를 보면 일본은 6천7백68명, 미국은 3백37명인 반면 우리나라는
1만1천1백44명이다. 변리사는 일본의 3.5배, 미국의 6배에 달하고 관세사는
일본의 2배를 훨씬 넘고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비용은 비싸고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규개위가 각종 자격사의 현행 사전 선발예정인원 제도를 오는 2001년까지는
유지하되 선발인원을 대폭 늘려 예시하고, 2002년부터 시험성적이 일정수준
이상이면 모두 합격시키는 자격부여 제도로 바꾸기로 결정한 것도 전문자격사
들의 신규참여를 늘려 경쟁을 활성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서비스의 가격인하와
질적 제고를 유도하자는 의도다. 물론 IMF체제로 고학력 실업자가 크게 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때 이들의 취업기회확대에도 도움을 줄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규개위의 결정이 차질없이 제대로 이행될지 장담하기는 아직
이르다. 일부 불이익을 입게 되는 공직자들의 반발도 예상해볼 수 있고, 또
각 부처가 규개위의 원칙에 따라 내달까지 구체안을 마련해 법개정 작업에
나서는 절차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과연 당초의 의도가
왜곡되지 않고, 또 내용의 변질없이 추진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더구나
최대 관심사인 변호사 제도는 구체안을 현재 검토중인 사법개혁 작업에 포함
시켜 추진토록 관계당국에 위임된 상태인데다 법무사는 법원이 자체적으로
마련토록 했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이미 많은 규제개혁법안들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변질되었던 경험을 갖고
있고, 아직도 심의조차 하지 못하고 계류중인 것도 적지않다. 정부는 이같은
점을 교훈삼아 그같은 전철을 밟지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아울러 제도
변경으로 일부부처에서 공직자들의 조기퇴진등 다소의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
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예방하기위한 대책도 아울러 강구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