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5대재벌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빅딜 등 5대그룹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거듭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재계간 줄다리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22일 열기로 했던 정.재계간담회도 국민앞에 내세울 성과가 없어 연기
했다"는 김 대통령의 말은 이달 마지막주로 연기한 정.재계간담회때까지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으라고 촉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현재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반도체 빅딜등은 물론이고 <>계열회사수 감축 <>부채비율
2백%이내로 축소 등에 대한 5대그룹의 부담감은 증대될 것이 자명하다.

우리는 5대그룹이 정부및 은행측과 약속한 합의사항을 지켜야 한다는데
정부와 인식을 같이한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빅딜등 현안을 하루빨리 매듭
짓기 위한 5대 그룹의 결단과 노력이 긴요한 국면이라고 본다. 국민경제
전체를 위해 정부와 대기업그룹간 긴밀한 이해와 협력이 긴요한 상황인 만큼
정.재계간 갈등이나 불협화음이 표면화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바로 그런 점에서 5대그룹은 정부에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까닭이 무엇인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세가 긴요하다고 하겠다.

마찬가지로 정부도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왕성한 기업의욕을 북돋우는 것이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첩경이라는
점을 거듭 인식해야할 것은 물론이다. 입장을 바꾸어 기업을 이해하려는
노력없이 일방적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 꼭 능사일 수는 없다. 빅딜의 매듭이
늦어지는 등 성과가 가시적이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기업입장에서
보면 그 나름대로 불가피한 사연이 없지않다는 점도 도외시해서는 안된다.
노조나 협력업체등의 반발도 있었고, 반도체의 경우 수출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사업여건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던 만큼 인수가격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빚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면이 있다.

외자유치를 통한 재무구조개선만 해도 그렇다. 6개월이나 1년전에 비해
국내 경제여건이 호전됐으므로 외국인에게 넘길 주식평가도 달라져야할 것은
당연하다. 한 푼이라도 더 받는 것이 5대그룹 입장에서는 물론 국민경제로
봐서도 바람직하다고 볼 때, 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한국대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대한 불만은 달리 해석해야 할 측면도 결코 없지않다.

기업구조조정은 정부와 재계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원만하고 차질없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5대그룹이라고 해서 워크아웃 대상에서 제외해야할
까닭은 물론 없겠지만, 규모가 큰 만큼 대기업정책은 특히 신중을 기해야할
것 또한 당연하다. 만에 하나라도, 경제논리에 맞지 않는 반기업적 일부
여론에 쫓기는 듯한 대기업 정책이 나와선 안된다. 정부와 재계 쌍방이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자세가 긴요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