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에 가보면 신부가 입장하는 통로엔 어김없이 진홍색 카페트가
깔려있다.

이는 색깔이 시간을 제어하는 기능을 가졌다는 사실을 잘아는 사람이
고안해낸 것이다.

빨강과 주황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을 주게 한다.

이런 색깔의 벽지와 커튼으로 장식한 방안에 앉아 있으면 "1시간쯤
지났겠구나"라며 시계를 보면 40분밖에 지나가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입장하는 시간은 무척 짧다.

그럼에도 진홍색카페트가 신부에게 이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지게 해준다.

이에 비해 녹색과 청색을 칠한 실내에선 "1시간이 지났겠구나"라는 느낌이
들면 실제론 1시간 30분이 지나간다.

따라서 단순노동을 해야 하는 공장안엔 녹색이나 청색 등을 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일하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요즘들어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이 공장 바닥을 녹색으로 칠하는 것은 바로
이런 측면이 감안된 것이다.

또 색깔은 체감온도에도 영향을 준다.

공장설치 전문업체인 호상설비의 이현우사장은 "연한 청색계통의 차가운색을
칠하면 섭씨 3도정도 춥게 느껴진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주물공장 다이캐스팅업체 강화유리업체 등 공장안이 더운 업종은
차가운색을 칠하는 것이 좋다는 것.

놀랍게도 색깔은 눈으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피부와 근육도 색깔을 알아차린다.

색에 따라 근육이 반응하는 척도를 "라이트 토너스"라고 한다.

파랑의 라이트 토너스는 24, 녹색이 28로 이런 색은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에 비해 주황은 35, 빨강은 42로 근육을 긴장하게 한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긴장하고 흥분하게 해주는 색깔을 쓰면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자기회사의 공장안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게 하거나 근육을 흥분시키는 색깔이 칠해져 있지나
않은지.

< 이치구 기자 rh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