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의사는 사람의 외모를 고쳐주는 사람이다.

그러면 건물의 외양을 고쳐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조일환(37) 끌과정 사장.

건설업계의 성형의사다.

지난 95년 건물 개.보수사업,이 른바 리모델링에 뛰어들었을때 그는
건설업계의 이단아였다.

누구도 쳐다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대형 건설업체들도 그에게 리모델링 노하우를 배우려고
안달이다.

어느덧 리모델링업계의 선구자로 인정받은 셈이다.

최근엔 "리노 패널"이란 리모델링전문 패널을 세계 최초로 개발, 특허출원
까지 해놓고 있다.

신제품 개발하랴 영업하랴 바쁜 그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리노 패널이란 무엇인가요.

"패널은 건물 외장에 들어가는 재료입니다.

사람의 외투같은 것이지요.

지금까지는 건물을 새로 지을때 들어가는 패널밖에 없었어요.

그러나 이게 너무 무거워요.

리모델링에 사용하기는 무리가 있지요.

그래서 가볍게 만든 게 리노 패널입니다.

세계 처음이지요.

무게는 기존 패널의 5~10%에 불과합니다.

가격과 공사기간을 모두 30% 정도 줄일 수 있고요"

-어떻게 개발했는지요.

"리모델링은 건물 신축과 달리 여러 모로 불편합니다.

신축은 사람이 없는 곳에서 하는 데 비해 리모델링은 사람이 생활하면서
작업하는 것이다보니 작업공간이 부족하지요.

그래서 생각한 게 "가벼운 패널"이었습니다.

물론 시행착오도 많았지요"

-신개발품이 나오는 것을 보니 리모델링이 유망 분야인 모양이네요.

"이제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것은 어렵습니다.

돈도 많이 들고 법적인 규제도 점점 까다로워졌지요.

게다가 기존 건물들은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결국 20~30년 된 건물은 수리해 쓰는 수밖에 없지요"

-외국에선 어떻습니까.

"리모델링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등 유럽 국가에선 전체 건설시장의 50%가량이
리모델링입니다.

미국 일본등도 30%가 넘지요.

그러나 우리는 많이 봐야 1% 정도입니다.

시장이 이제 막 생기는 단계이지요.

앞으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겁니다"

-주로 어떤 건물을 리모델링하는지요.

"일본에서는 리모델링 대상의 절반이상이 아파트입니다.

아파트 전체 동을 골조만 빼고 다 바꾸는 것이지요.

오래된 건물들도 대부분 대상이고요.

우리도 그렇게 갈 겁니다.

지은 지 20년이상 되는 11층이상 건물이 서울에서만도 7백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리모델링을 하면 어떤 효과가 있습니까.

"투자한 금액 이상으로 가치를 올릴 수 있습니다.

낡은 아파트가 산뜻하고 살기좋게 변하면 집값도 오르지요.

상가점포들도 리모델링을 마치면 매출이 20%이상 증가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서울 반포동 강남 반포쇼핑센터의 경우 3억원을 들여 기존의 낡은
외벽을 알루미늄 패널로 교체했는데 매출이 20%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돈은 많이 들어갑니까.

"건물을 완전히 뜯고 재건축하는 비용의 10~30%면 충분합니다.

물론 효과는 똑같고요.

특히 건물주 입장에서는 리모델링을 하면 임대료가 올라 돈을 한푼도
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상권이 좋으면 더욱 그렇습니다.

반포쇼핑센터도 2백여 점포주들이 공사비를 평형에 비례해 부담했고요"

-리모델링 포인트는 주로 어떤 쪽인지요.

"과거에는 건물 내부를 고치는 인테리어가 주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외부를 수술하는 것이 주된 업무입니다.

그래서 디자인적 요소가 많이 가미되지요.

최근 신촌역 앞에 있는 30년된 4층짜리 건물을 리모델링했는데 평당
2천만원이던 건물값이 3천5백만원으로 뛰었습니다.

서울 중구 신당동 제일평화시장과 (주)재능교육이 경매를 통해 사들인
서울 도곡동 한산스포츠센터가 각각 40억원을 들여 골조만 남기고 재단장하는
작업중이기도 하지요.

건물주들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영업환경은 어떻습니까.

"아직 인식이 너무 부족해요.

처음엔 정말 힘들었어요.

리모델링이란 개념조차 없었으니 누구도 상대해주지 않을 정도였지요.

시장이 어느 정도 생길때쯤 IMF체제가 왔지요.

97년말 20~30개 업체가 리모델링계획을 잡아놓았었는데 예외없이 모두
취소했습니다.

눈앞이 캄캄했지요.

요즘은 조금씩 나아지는 편입니다"

-그래도 "선구자"로서의 보람이 클 텐데요.

"요즘은 자부심이 생깁니다.

특히 대형 건설업체들에서 문의전화가 많이 와요.

리모델링업에 진출해야 하는데 통계나 자료가 하나도 없으니까요.

학문적으로도 전혀 정립돼있지 않고요.

문의가 오면 성실하게 대합니다.

대기업들이 진출하면 전체 시장이 넓어지지 않겠습니까"

조 사장은 요즘 리노 패널로 건설교통부 신기술 지정을 받기위해 실무작업을
진행중이다.

개발비로 수억원을 들였지만 신기술 지정만 받으면 수요는 무한대에 가까울
것으로 기대한다.

그의 성공은 리모델링시장 확대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