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구조조정이 광고업계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제일-LG-금강으로 이어지던 전통적인 순위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신규
광고주를 영입하려는 대행사들의 물밑 경쟁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금강기획은 올 1~3월중 신문 방송 등 4대 매체에서
6백81억원의 광고를 집행, LG애드를 제치고 업계 2위로 뛰어올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백24억원에 비하면 25.6%가 늘어난 수치다.

LG애드는 지난해 1~3월의 5백21억원보다 13%가 늘어난 5백90억원을 집행
했으나 금강기획의 추격을 뿌리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옥외광고 이벤트 등 세일즈 프로모션(SP) 분야에서
금강기획을 더블스코어로 눌러 전체 순위에선 박빙의 우위를 지켰다.

전체실적 1위는 8백36억원의 제일기획이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보다 실적이 33%나 줄어들어 2위와의 간격이 대폭 좁혀졌다.

4대 매체와 SP분야를 합친 전체순위에선 여전히 제일기획(1천4백32억원),
LG애드(8백94억원), 금강기획(8백57억원) 순이었다.

광고업계가 이처럼 태풍권에 들어간 것은 국내 광고시장의 3대 축을 이루는
정보통신 자동차 가전에서의 광고주변동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제일기획은 최근 삼성전자의 냉장고 광고를 휘닉스 커뮤니케이션즈에, SK의
휘발유 "엔크린" 인쇄광고를 TBWA에 빼앗겼다.

자회사인 제일보젤이 집행하던 SK텔레콤의 011 핸드폰광고도 TBWA로 넘어간
상태다.

휘닉스는 삼성의 위성그룹으로 분류됐던 보광그룹이 운영하고 있으며 TBWA
는 SK그룹과의 관련설이 무성한 회사다.

자동차광고도 빅딜 결과 완성차메이커가 5사체제에서 사실상의 2사체제로
변한데 따라 대변화를 일으켰다.

기아자동차를 인수한 현대그룹의 계열사인 금강기획은 최근 "애드밸류"라는
전담팀 사무소를 서울 여의도에 개설했다.

이 팀은 과거 거손, MBC애드컴 등이 나누어 맡아온 기아의 크레도스광고를
1월부터 맡고 있다.

금강은 기아의 신형 경차 "비스토"와 중형 미니밴 "카스타"의 광고권도
따냈다.

쌍용자동차를 흡수한 대우자동차는 최근 누비라광고를 하고 있는 코래드와
레간자를 맡은 웰컴에게 서로 다른 차종의 광고시안을 제출케 하는 소동을
벌였다.

해프닝은 양사가 담당 자동차의 광고를 계속 집행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시기만 문제일 뿐 대우그룹과 밀접한 코래드가
대우자동차 광고를 독식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빅딜의 여파로 어느정도의 광고주이동은 불가피하겠지만
사업구조조정의 와중에서 또다시 계열 광고사에 광고를 몰아주는 악습이
재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