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규모인 대우중공업 조선부문이 일본업체에 넘어가면 한국과 일본이
경합하는 세계조선시장의 판도에도 큰 변화가 올 전망이다.

세계조선건조량의 40%를 점하는 일본의 조선업계가 대우를 인수하면 건조
능력면에서 확실한 우위에 서게 된다.

반면 한국업체들의 조선능력은 30%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일본업체들이 대우의 조선부문에 입질한다는 것은 유럽조선소들이
여기저기 문을 닫는 상황을 감안하면 세계조선시장의 중심이 확실히 한국
으로 쏠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 대우중공업 조선부문 =건조능력이 연간 2백20만t(총톤)으로 현대중공업
의 3백50만t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지난해 중공업의 총매출 6조2천1백39억원중 43%인 2조6천7백7억원을 기록
했다.

기계부문이 큰 폭의 적자였던 점을 고려하면 조선부문은 최소 2천억원
이상의 흑자를 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주잔량이 4백80만t으로 2년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 일본업체들 왜 관심두나 =대우는 올초 1백40만t의 건조능력을 가진
일본최대, 세계 4대 업체인 미쓰비시중공업에 매수제안을 했으나 불발로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건조능력 77만t으로 일본3위 업체인 미쓰이조선, 건조능력 45만t
으로 일본 6위 업체인 가와사키중공업이 대우의 옥포조선소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대우의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건조능력과 기술에 눈독을 들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중공업은 매킨지에 용역을 의뢰, 이미 타당성조사를 끝내고 이들 업체와
조선부문의 자산가치와 수익성가치를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일본업체들이 대우의 조선부문에 관심을 두는 것은 일본조선업계가
이제 설땅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유력하다.

노후된 설비와 인력의 고령화 등으로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엔고가 지속되면서 미쓰이는 지난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올초에는 미쓰비시와 IHI(이시카와지마하리마)중공업이 조업단축에 들어가는
등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미쓰이와 가와사키가 대우중공업과 조선부문인수를 협의하는 것은
기술과 노동력, 인프라가 잘 갖춰진 한국진출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 시장에 줄 영향 =현대 삼성과 함께 세계 3대 조선소의 위치를 점해온
대우가 일본업체에 넘어가면 경쟁의 성격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선부문에서 벌여 왔던 국내업체간의 무리한 수주전쟁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고부가선위주의 경쟁으로 성격이 바뀐다는 것이다.

또 부품업체를 공유하고 있는 일본업체의 문화는 국내조선업계에도 이같은
협력을 확산시키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빅3중 1,3위로서 서로 견제해 왔던 현대와 삼성도 이제는 서로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의 특화된 기술과 이들의 높은 생산성 등은 국내조선업계의 기술과
관리에도 파급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 채자영 기자 jycha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