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이틀째를 맞은 엘리자베스 여왕은 대우 디자인 폴럼, 애니드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이화여대 인사동 등을 방문하고 재계대표를 접견한데
이어 저녁에는 청와대 국빈만찬에 참석하는 등 바쁜일정을 보냈다.

<>.엘리자베스 여왕 내외는 이날 저녁 김대중 대통령이 주최하는 청와대
공식만찬에 참석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여왕폐하는 한국 국민이 백년을 기다려온
귀한 손님"이라며 "세계인의 존경과 흠모의 대상인 여왕폐하를 모시게된
한국민은 영광과 자랑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한국과 영국 두나라의 교역은 불과 30년만에 3백배이상
늘었다"고 상기시킨뒤 "이제 영국은 유럽국가중 한국의 최대 교역상대국이자
투자대상국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또 "지난 70년대 위기에서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얻고 "멋진
영국"을 만들어 가고 있는 영국의 경험은 한국에도 많은 지혜를 주고있다"며
"두분의 방한은 고통을 이겨내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따뜻한 격려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답사를 통해 영국이 한국전쟁에 참여한 혈맹의 관계임을
상기시킨뒤 "한국이 주요 산업국가의 하나를 만들어낸 그간의 결의에 차고
힘이 넘치는 과정을 생각하게 된다"며 한국의 경제발전을 높이 평가했다.

여왕은 이어 "두나라 사이의 교역이 크게 늘어 삼성과 LG같은 한국기업은
영국 가정 어디에서나 만나게 되는 그러한 이름이 되었다"고 말했다.

여왕은 이와함께 "많은 한국인이 영어를 영국에 배웠고 김대중 대통령도
캠브리지대학에 머무른 적이 있다"며 "저는 특별히 기쁜 마음으로 이번
방한을 기념해 엘리자베스 2세 장학금으로 명명될 3개 장학금을 수여하겠다"
고 밝혔다.

식사를 마친후 여왕 내외는 김 대통령 내외를 따라 응접실로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담소를 나눴다.

이어 1층으로 내려와 전통 공연물을 관람하고 공연이 끝난 다음 출연자들과
환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날 오후 숙소인 하얏트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5대그룹 총수들과 환담했다.

여왕은 데릭패칫 영국 외무부 차관과 스티븐 브라운 주한 영국대사를 대동
하고 2층 로터스룸에서 대우 김우중 회장, 현대종합상사 박세영 회장, 삼성
전자 윤종용 부사장, LG 구범모 회장, SK 손길승 회장 등을 만났다.

여왕은 이 자리에서 한국 기업의 영국 현지법인 현황과 투자계획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의견을 나눴다.

여왕은 이어 "새 천년의 미래:세계화와 혁신"을 주제로 열린 한.영 고위급
회의장에 들러 박병재 현대자동차 부회장 및 폴 뉴월 영국측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을 접견했다.

<>.여왕은 오후에 한국 여성교육의 산실인 이화여대 약학대학을 방문했다.

장상 총장과 김길수 약학대 학장의 안내를 받아 대학원 실험실에 들어가
실습중인 학생들과도 만났다.

이어 과학관 신관으로 자리를 옮긴 여왕은 인삼 실험실에 들러 대학원생들이
인삼뿌리에서 농축액을 추출해 화학성분을 분석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여왕은 학생회관도 잠시 방문해 음악대학 관악합주단의 환영연주를 받았다.

컴퓨터 시스템 시설이 갖춰진 학생 서비스 센터를 둘러본 여왕은 이 학교에
재학중인 김수용(한국화과,농아)등 장애학생 4명을 만나고 이들을 돕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했다.

<>.이대 방문을 마친 여왕은 곧바로 한국 전통 예술품 상가들이 몰려 있는
인사동을 둘러봤다.

여왕은 고건 서울시장과 정흥진 종로구청장의 안내를 받아 "명신동 서화점"
에 들러서 진열돼 있는 붓 등을 살펴보고 주인인 이시규씨의 서예 시범을
관람했다.

여왕은 이씨로부터 족자와 올빼미 모형으로 새긴 석재 문장을 선물받았다.

이어 "박영숙 도자기" 상점으로 가서 전시된 도자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배영진 여사가 운영하는 고전 한복점으로 들어가 전통 한복과 개량 한복도
둘러봤다.

<>.필립공은 이날 오전 서울 구로2공단의 위성방송수신기 전문 제조업체인
(주)대륭정밀을 방문했다.

이병무 회장의 안내로 30여분간 공장과 연구소를 둘러본 필립공은 직원들
에게 "근무한지 몇 년 됐습니까" "일하는데 어려움은 없습니까"라고 일일이
물어보며 친근감을 보였다.

이 회장은 "대륭정밀은 영국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로 북아일랜드 현지공장을
95년에 설립해 현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립공은 이어 정수기능대학을 찾아 자동차 엔진을 조립하는 과정을 지켜
봤다.

<>.필립공은 오후에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영 고위급회의에서 연설을 한
뒤 상암지구 월드컵 축구장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완공된 후의 축구장 모형을 본 다음 관계자들로부터 건설 진행과정
을 설명들었다.

이어 영국계 회사가 감리를 맡고 있는 가양대교 건설 현장을 방문해 공사
진행 과정을 브리핑받고 근로자들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다음으로 LG종합기술원에 들러 LG텔레콤과 브리티시 텔레콤의 협력 및
사업현황을 보고 받고 각종 기술 전시회를 둘러봤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은 20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대우자동차
디자인센터를 방문,자동차 신모델 개발 현장을 둘러봤다.

오전 10시30분쯤 도착한 여왕 일행은 김우중 대우 회장 내외의 영접을 받은
뒤 차량 외장디자인 스튜디오로 향해 디자인 개발 과정을 시찰했다.

옥색 정장 차림의 여왕은 심봉섭 대우자동차기술연구소 부사장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1백여평 스튜디오 곳곳을 살펴봤다.

모형 자동차 앞에서는 "어떤 재료로 만들었냐"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대우자동차는 여왕방문에 맞춰 영국 워딩의 대우자동차연구소에서 한.영
공동연구진이 제작중인 컨셉트 차량 "미래"를 선보였다.

여왕은 특히 전기장치를 통해 차량의 운전대와 운전석이 좌우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며 "신기하다"며 웃음을 지어보인뒤 "어떻게 운전석을 자유자재로
옮길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여왕의 뒤에서 차분하게 차량 디자인 과정을 지켜본 부군 필립공은
연구소 관계자에게 다양한 질문을 하며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필립공은 "50년동안 산업현장을 시찰하다보니 어설픈 전문가 흉내는 낼 수
있게 됐다"고 말을 꺼낸뒤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는 어떻게 교환을 하느냐"
"전기자동차는 엔진이 뒤에 있어야만 하나" "실제 크기의 모형 자동차가 꼭
필요한가" 등의 질문을 쉴틈없이 했다.

한편 전날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김우중 회장은 오전 9시30분쯤 미리
도착해 다소 피곤한 모습으로 여왕을 기다렸다.

김 회장은 "영국에 연구소를 설립해 투자해온게 인연이 돼 대기업체중
유일하게 여왕의 방문을 받아 기쁘다"며 "이번 기회로 영국에서의 대우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오전 11시5분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으로 옮겨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 벤처기업인 애니드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을 방문했다.

이 회사는 최근 영국의 소프트웨어 제작사인 캠브리지 애니메이션으로부터
30억원에 달하는 "애니모"프로그램을 구입하는 등 영국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스튜디오에 들어선 여왕은 안내를 맡은 이 회상 배종광 사장에게 "사무실이
깨끗하고 좋다" "이 정도 시설이면 투자를 많이 했겠다"는 등의 말을 건네며
관심을 표명했다.

여왕은 이어 한편의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는 전 과정을 둘러봤다.

15분 가량 원작의 스캐너 입력, 컴퓨터 채색과정, 편집, VTR 실연 등을
지켜본 여왕은 회사관계자들에게 전설이나 전통 설화를 주로 다루는지,
창작물을 많이 제작하는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애니메이션 제작 소프트웨어를 설명하기 위해 따라온 캠브리지 애니메이션의
밀러침 부장은 "여왕이 애니메이션에 큰 관심을 가지고 하도 많은 질문을 해
진땀을 뺐다"고 말했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