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1천2백원대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원화가치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외환전문가들은 원화가치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유입을 꼽고 있다.

일부에서는 외환당국의 개입이 없을 경우 원화 가치 추가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 원화가치 상승의 원인 =크게 세가지다.

먼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유입이다.

지난주 목요일에만 2억달러, 19일 월요일에도 1억9천만달러의 순유입이
있었다.

증시활황과 맞물려 외국인투자자의 씀씀이가 커진 것이다.

실제로 올해 1월에 13억5천2백만달러, 2월에 5억5천1백만달러, 3월에는
2억2천4백만달러가 들어왔다.

여기에 엔화가 최근 강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엔화와 연동돼 원화도 같이 강세를 보이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정책적 매수가 후퇴했다는 것을 들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그동안 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달러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1천2백원 초반대의 환율을 유지해 왔다.

외환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적 매수가 19일부터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 외환당국의 입장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최근 들어오는 외화자금중
일부는 투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정책적 달러매수를 환율방어 의지로 판단한 투기성 자금이
조금씩 흘러들어 왔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부가 환율을 시장수급에 맡긴 것은 환차익을 얻기 위해 들어오는
투기자금을 원천봉쇄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외환당국은 외환거래 자유화조치 이후 국제금융센터와 한국은행 외환전산망
을 통해 외자유입을 일일 체크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입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에 대해서는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생각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지금 원화가치 상승은 시장수급 상황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나친 원화가치 상승은 수출경쟁력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경부측은 현재 엔화가 달러당 1백18엔대인 점을 감안하면 원화가치가
달러당 1천1백80원대로 강세를 보이더라도 당분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 원화가치 상승 어디까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수급상 요인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단기적으로 1천1백70원에서 1천1백80원대에서 원화가치
상승세가 멈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성진 산업은행 딜러는 "일부 달러 투매현상이 있지만 1천1백70원선에서
수급균형을 맞출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황희정 도이체방크 지배인은 "정부 당국도 수출경쟁력을 고려해 엔화와
원화가치를 10대 1의 비율로 맞추려고 할 것"이라며 "원화가치의 급격한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