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작에 불과합니다. 암 연구분야 세계적인 수준이 어느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고 다시 연구자세를 가다듬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국내 과학계에는 모처럼만의 희소식이 전해졌다.

세계적인 권위를 갖고 있는 미국 암학회에서 우리나라 과학자들 5명이
한꺼번에 "젊은 과학자상"을 받은 것.

이 가운데 윤경아 연구원(26.서울의대 암연구센터)은 특히 국내 여성
과학자로는 처음 이 학회에서 큰 상을 타게돼 주목을 받았다.

윤 연구원이 수상한 계기가 된 논문은 "가족성 위암 환자에 관련된 유전자
돌연변이".

한 가족내에 여러명의 위암환자가 있는 경우를 샘플로 모아 위암이 어떻게
유전자 변이를 통해 세대간에 이어지는 지를 분석하는 내용이다.

이 논문은 이번 암학회에서도 소개됐으며 조만간 일본의 유수 과학저널인
"저널 오브 휴먼 제네틱스"에도 비중있게 다뤄질 예정이다.

윤 연구원은 지난 10일부터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암학회에 처음 참석
하고 나서 많은 것은 느꼈다고 한다.

"암 연구분야 세계적인 학자들을 만나면서 "선진국의 벽은 역시 두텁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국내 암 관련 연구수준이 날로 발전
하고 있는 만큼 벽을 못넘을 이유도 없다는 것을 인식했습니다"

윤 연구원의 지도교수인 박재갑 박사(서울의대 암연구소장)도 "이번 5명의
수상으로 우리나라 암 연구 수준이 세계적임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현재 암연구센터 종양생물학 박사과정(3학기째)에 있다.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했지만 기초 의학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어
이곳에 들어오게 된 것.

서울대 암연구센터는 지난 91년 한국인에게 발생빈도가 높은 암의 원인과
징후, 치료법 등을 연구하기 위해 설립됐다.

국내 최고 암연구기관인 서울대 암연구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암 치료제 개발도 소홀히 할수 없지만 암의 발생원인을 근본부터 캐내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암을 조기 발견하거나 발생전부터 예방하는데 직접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는 앞으로 발생할 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하게 됩니다. 암 연구분야에서 선진국과 겨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윤 연구원은 앞으로
도 기초 연구분야에 더욱 전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현재 "항암제의 내성"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중이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