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회장이 발표한 대우 "구조혁신방안"은 한마디로 획기적이다.
지난해 매출 6조2천억원에 순익 1천6백억원을 기록한 대우중공업 조선부문 등
핵심적인 알짜배기 계열사까지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키로 했다는 점만으로
도 그런 평가가 가능하다.

20일 증시에서 대우계열사 주가가 초강세를 나타낸 것은 전날 오후늦게
발표된 구조혁신방안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반영한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자동차를 축으로 하고 무역과 금융이 이를 뒷받침하는 형태의 경영
체제로 거듭나려는 대우의 앞날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수 있다.

김 회장은 조선은 일본, 상용차는 유럽, 승용차는 미국(GM)과 전략적
제휴를 하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부터 GM과 75억달러규모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해왔으나 장기간에 걸친 GM의 노사분규 등으로 이렇다할 진전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 다각적이고 강도높은 구조조정방안을 마련하게
됐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김 회장도 밝혔듯이 "세계경제가 다각적인 제휴"로
가고 있는 추세이고 보면 대우의 선택은 당연하고 또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 회장이 구조조정의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은
국민경제 전체를 위해 지극히 바람직하다는 측면에서도 김 회장의 결단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대우 구조조정계획이 꼭 순탄하리라고만 보기는 어려운 면도 없지
않다. 매각 대상기업과 교섭상대방은 물론 가격까지 밝힌 이번 발표 그
자체가 따지고 보면 문제다. 한꺼번에 여러 회사를 팔겠다고 나섰으니 매각
협상과정에서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될 것은 자명하다. 왜 그렇게 됐는지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우리는 굳이 따지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정부와 재계간에 신뢰관계가 좀더 확고했다면
굳이 이런 상황이 빚어질 까닭이 없었으리란 점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잇달아 5대그룹 구조조정이 미진한데 불만을 나타내고 금융제재를 운위했던
데는 그 나름대로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어쨌든 매각을 위한 대외교섭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약점을 보이게 됐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바로 그런 시각에서 우리는 대우의 구조혁신계획이 차질없이 이루어지려면
정부와 은행의 이해와 협력이 긴요하다고 본다. 촉박하게 시한을 설정하고
몰아붙이는 것이 꼭 능사일 수 만은 없다. 한 푼이라도 더 받는 것이 대우는
물론 국민경제에 보탬이 될것이고 보면 당연히 그러하다. 저간의 사정이
어떻든 앞으로 구체적인 매각 교섭과정에서는 정부가 재계를 이해하고
믿어야 한다.

계열회사 수를 줄이고 은행빚을 갚게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대기업들
의 기업의욕과 활력을 북돋우는 것 또한 긴요한 일이다. 성공적인 대기업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정부에서 뒷받침해야할 일도 결코 적지않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