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퇴출된 종합금융사에 3천6백억원을 물렸다가 1년여만에
원금은 물론 1천억원 이상의 이익까지 얻게 됐다.

이같은 "고수익 투자"는 지난해 신용관리기금이 새한종금의 외화유동성
지원을 위해 3천6백억원을 지원하면서 시작됐다.

작년 4월 신용관리기금이 금융감독원으로 통합되면서 이 채권은
예금보험공사로 넘어왔다.

그후 4개월여만에 새한종금이 퇴출돼 버렸다.

회수할 수 있는 돈은 2천억원에 불과했다.

결국 1천6백억원을 고스란히 날릴 뻔한 것이다.

예금보험공사는 남아 있는 채권을 회수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제철화학(당시엔 거평제철화학)이 새한종금에 대해 지급보증을 선게 눈에
먼저 들어왔다.

제철화학은 지난 1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 회사가 청산되면 공사는 채권순위에서 밀려 한 푼도 건질 수 없는 처지
였다.

공사는 가능하면 살리는 방향으로 다른 채권단과 협의했다.

지급보증에 따른 채권 3천6백억원중 70%를 탕감해 줬다.

대신 13%에 해당하는 5백억여원을 현금으로 받고 17%는 제철화학 주식으로
전환했다.

액면가 5천원에 1천2백만주(지분 87%), 액수로는 6백억원어치에 달했다.

무담보 채권자가, 그것도 지급보증에 따른 채권자가 현금 5백억원과 거대
기업 하나를 통째로 가져온 것이었다.

예금보험공사의 복은 계속됐다.

제철화학의 주가가 연일 상한가 행진을 거듭했다.

20일 종가는 주당 1만5천2백원.

이 주식을 판다면 예금보험공사는 1천8백억원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공사가 현재 확보한 금액은 새한종금 파산재단에서의 배당금 2천억원,
현금 5백억원, 제철화학 주식평가금액 1천8백억원 등 4천3백억원에 이르는
셈.

평가금액이 포함됐지만 7백억원을 벌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국내외 투자기관 10여군데가 제철화학 인수전을 펴 공사는 1천억원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한빛은행과 조흥은행 주식으로도 큰 돈을 벌었다.

공사는 지난해와 올초 두 은행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감자(자본금 줄임)를
조건으로 출자했었다.

두 은행에 대한 지분율이 각각 90% 이상이다.

공사는 증시 활황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6조5천억원의 평가익을 얻고
있다.

< 김인식 기자 sskis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