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로부터 경질 방침을 통보받은 장영식 한국전력 사장이 "경영실적
부진"이라는 경질사유는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해 공채를 통해 뽑힌 장사장이 임기전에 물러나려면 경영실적이 저조
하거나 "기타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그리고 자진사퇴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투자기관 관리기본법이 그렇다.

현재 장사장은 사퇴 압력에 아랑곳 없이 출근중이다.

따라서 경질 파문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번지고 있다.

<> ''경영부진''에 대한 반발 =경영부진은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잘못된 정보"란 환율과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뺄 경우 한전의 지난해
실적은 4천5백억원 적자라는 지적.

취임후 경영혁신을 일궈 냈다고 자평하는 장 사장이 받아들이기 힘든 대목
이다.

한전이 21일 지난해 세전이익 항목을 조목조목 적은 자료를 만들어 배포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서 한전은 세전이익 1조5천4백68억원중 29%인 4천5백51억원은 연료비
절감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경영부진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전은 내부 법률팀과 자문 법률사무소를 통해 사장경질에 대한 법적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해임 등 중징계가 정당한지를 검토중이다.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한전 내부 움직임 =지난 17일 경질 방침을 통보받은 이후 장 사장은
정상 출근을 계속하고 있다.

오후 시간을 이용해 청와대 등 관계요로에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면권자인 대통령에게 직접 해명하고 싶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전 관계자도 "다른 것은 몰라도 경영부진은 절대 납득할 수 없다는게
장 사장의 일관된 심경"이라고 전했다.

사장 경질사태가 가닥을 못잡고 계속 표류하자 한전은 뒤숭숭한 분위기이다.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일부에서는 "사장을 보좌하지 못한 스탭들의 퇴진으로 대규모 인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술렁이고 있다.

<> 전망 =외형상으로 산자부는 한전의 반발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눈치다.

"결국 조만간 마음을 정리해 결단을 내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

대세가 기운 만큼 이제는 기다리자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태 장기화에 대해선 우려의 기색이 역력하다.

전문가라며 공채 사장후보로 뽑아 임면권자에 제청한 장본인이 산자부
장관이다.

게다가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했다는 비판도 거세질 수 있다.

장 사장의 반발 파장이 수면하에서 소용돌이치는 양상을 띠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경영부실에 대한 해명만 이뤄지면 퇴진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장 사장이 자진사퇴하는 형식으로 수습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경질사유의 근본원인이 경영부진인 점을 들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강한 편이다.

< 박기호 기자 kh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