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는 "선물상품 백화점"이다.

옥수수 콩 밀 같은 곡물선물에서부터 돼지 닭 등 가축선물, 석유 등
에너지선물, 주가지수 금리 통화 등의 1천5백여개의 상품이 상장돼 있다.

리스크와 관련된 것이라면 없는게 없다.

하다못해 파산(Bankruptcy)이나 공해까지 상품화돼 있다.

시카고 선물시장은 규모에서 세계 최대일 뿐만아니라 상품개발에서도 세계
선물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특히 금융상품 개발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시카고 선물시장의 금융상품 개발 역사가 곧 현대금융의 발전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난 72년 브레튼우즈 체제가 무너져 변동환율제가 도입되자 CME는 곧바로
엔.달러선물 등 통화선물을 선보였다.

물론 세계 최초다.

뒤이어 75년과 77년 CBOT가 금리선물과 채권선물을 잇달아 개발하면서
금융시장에서는 선물이 오히려 현물을 압도하는 양상이 벌어졌다.

77년에는 CBOE가 각종 옵션상품으로 가세했고 82년에는 CME가 주가지수선물
을 등장시켜 시카고를 곡물의 도시에서 일약 세계적 금융도시로 밀어올렸다.

시카고 선물거래소의 신상품 개발 파워는 인력에 대한 충분한 투자에서
나온다.

상품개발에 자질이 있다고 판단되면 50만달러 이상의 고액연봉도 아끼지
않는다.

시카고내 3개 거래소의 상품개발 담당자들은 거의가 박사다.

경제학 박사 뿐만 아니다.

수학이나 물리학 박사도 다수 포진해 있다.

"상품개발에서 앞서못하면 투자자 확보가 불가능하다. 새 상품 개발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로버트 에이모트 CBOE 이사장)

시카고 선물거래소들이 신상품을 개발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유동성
확보.

"언제든지 살수 있고 팔수 있는 상품이라야 성공한다"(마크 홀더 CBOT
조사담당 이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거래소는 먼저 위험회피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을
찾아 나선다.

헤저(Hedger.위험회피자)가 생기면 투기자들은 모여들게 마련이다.

수요자 파악이 끝나면 거래가 자주 일어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최근엔 거래단위와 증거금률을 낮추는게 시카고 시장의 유행이다.

히트상품인 S&P500 지수선물을 5분의 1로 쪼개 "E미니"라는 상품을 내놓은
CME가 대표적 사례다.

정부기구인 선물감독위원회(CFTC)는 거래소와의 토의를 거쳐 상품을 보완한
후 상장을 허용한다.

시카고 3개 거래소간 경쟁도 치열하다.

CME의 S&P500 지수선물이 잘나가자 CBOT는 다우존스지수를 대항상품으로
내놓았다.

CME는 거꾸로 CBOT의 T본드를 견제하기 위해 뉴욕의 캔터거래소와 제휴,
채권선물의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CME는 달러로 결제하는 통화선물도 확대할 예정이다.

CBOE는 현재 일본 이스라엘 등 43개국과 관련돼있는 주가지수 옵션의
대상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

시카고 거래소들은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다.

CBOT는 유럽 1위 선물거래소인 유렉스와의 제휴를 적극 검토중이다.

CME는 프랑스의 마티프거래소로부터 "글로벡스 II"라는 전산매매시스템을
도입하고 대신 "클리어링 21"이란 청산시스템을 제공했다.

CME는 SIMEX(싱가포르선물거래소)와 상호청산(Mutual Offset) 관계를
맺었다.

CME는 "외국 거래소와 연계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며 "한국선물거래소가
제휴를 요청해 오면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시카고에서 바라보는 한국선물거래소의 상품명세서는 다소 빈약하다.

아무리 신설 거래소라 하더라도 4개는 너무 작다는 의미다.

또 헤저가 충분한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는다.

한국에선 기업이나 은행에 헤징의 경영기법이 정착되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풍토는 선물거래소와 선물업계가 풀어야할 과제"(ED&F만의 토니
차플라 부사장)로 지적받는다.

한국선물거래소가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기 위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 시카고= 박준동 기자 jdpower@ >

[ 98년 시카고 선물시장 15대 선물 중개회사 ]

(단위 : 백만달러)
(98년 순위 - 선물 중개회사 - 98년 고객위탁자산)

1. 메릴린치 - 3,856
2. 골드만삭스 - 3,793
3. 살로먼스미스바니 - 3,172
4. 모건스탠리 - 2,814
5. 베어스턴스 - 1,965
6. 프루덴셜 - 1,807
7. JP모건 - 1,755
8. ED & F만 - 1,546
9. 레프코 - 1,531
10. 카선물 - 1,435
11. 카길 - 1,327
12. 워버그딜론리드 - 1,306
13. 리먼브러더스 - 911
14. 피맷 - 884
15. 퍼스트시카고 - 811

< 자료 : 코메르츠선물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