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지구촌을 풍미한 화두는 단연 "글로벌리제이션"이다.

정계 경제계 문화계 가릴 것 없이 "세계화"에 대한 담론에 열중했다.

세계화의 미덕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세계화가 전세계를 고루 번영시키고
있다고 극찬한다.

반면 그 폐해를 문제삼는 비판도 매우 강하다.

세계화가 경제통합이라는 미명하에 근로자를 희생시키고 빈부격차를
확대시키는가 하면 불안정을 증폭시킨다는 게 그 이유다.

세계화를 둘러싼 극단적인 낙관론과 비관론속에서 사람들은 혼돈을 겪기
일쑤였다.

뉴욕타임스의 명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21세기의 문턱에서 세계화
를 균형잡힌 시각으로 바라본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The Lexux and the
Olive tree) (파스 스트라우스&기룩스 간, 27.5달러)를 펴냈다.

이 책에서 프리드먼은 "글로벌 캐피털리즘"이 지난 10여년간 전례없는 부를
창출해 낸 데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는 다른 한편에서 개인이 치러야 했던 대가와 그에 따른 고통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 책의 진가는 세계화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을 적절한 은유와 생생한
일화를 섞어 구체적으로 형상화해냈다는 점이다.

그는 92년 일본의 도요타 공장을 방문하던 도중 세계화의 두얼굴을 분명히
깨달았다고 기록한다.

도요타 공장은 근로자 66명에 로봇 3백10대가 하루 3백대의 렉서스를
생산하고 있었다.

현대식 공장을 둘러본후 돌아오는 초고속 열차 안에서 그는 이스라엘과 아랍
에미레이트(UAE)의 극한 대립이 실린 글을 읽게 된다.

냉전이후 일부에선 세계화속에 더 나은 렉서스(테크놀로지)를 생산하게
됐지만 여전히 올리브 나무(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투쟁도 계속되고 있었다.

책의 타이틀은 바로 세계화의 현주소를 나타내는 두가지 상징물에서
기인했다.

프리드먼은 세계화가 기술확산.개인투자자층의 확대.정보 민주화라는 세가지
근본적인 변화를 이룩했다는 점을 고찰한다.

동시에 여전히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이나 르완다 내전처럼 처참한 실상이
존재한다는 점을 주지시킨다.

저자의 미래관은 그러나 긍정적이다.

중국에서 자본주의가, 러시아에서 기업정신이 각각 싹트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내세운다.

남미 민주화나 인터넷 선구자들의 활약 또한 "위대한 진보"라는 것이다.

세계화로 지구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겐
훌륭한 지침서가 될 만하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