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는 작년 6월 5개 퇴출은행을 넘겨받은 인수은행들이 인수자산
(대출)을 고의적으로 부실화시킨 사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의부실사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이를 방조하거나 지시한 임직원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에 문책을 요구할 방침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는 방안도 생각중이다.

인수은행은 신한 주택 국민 하나 한미은행 등이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22일 검사역들을 인수은행에 보내 구체적인 사례와
물증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미 여러 곳에서 고의부실 사례를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공사가 혐의를 두고 있는 사례는 다음과 같다.

<> 만기를 연장해 주지 않거나 99년 2월말까지만 연장시킨 경우 =은행들이
대출금을 만기연장해 주지 않으면 기업은 자금난으로 부도를 낼 수 밖에
없다.

공사 관계자는 "이자를 정상적으로 내고 있는 기업에게 만기를 연장해 주지
않은 것은 대출금을 받아내겠다는 생각은 없고 부도를 내겠다는 뜻"이라며
"인수은행은 기업이 부도나면 대출금을 예금보험공사에서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부도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기를 99년 2월말까지만 연장시켜준 것은 풋백옵션(자산매각권리) 행사
대상이 "99년 3월말 이전에 부실화된 여신"이기 때문이다.

<> 만기연장때 무리한 요구 =대출금의 만기가 됐을 때 은행들은 통상 20%
가량을 갚으면 만기연장을 해준다.

하지만 인수은행들은 인수한 여신에 대해서는 50% 이상을 갚으라고 요구
하기도 했다.

만기를 아예 연장해 주지 않은 경우보다는 덜하지만 이 역시도 기업에
무리한 부담을 줘 결국 만기를 연장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고 예보는
판단했다.

공사는 또 인수은행들이 대출금을 연체하는 기업에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인수은행 입장 =인수은행 관계자는 "퇴출은행에서 사업전망도 없는 곳에
대출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이들을 계속 끌고가기 어려워 불가피하게
거래를끊는 인수은행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같은 판단은 지점장이나 담장자들의 고유권한이자 인수은행
을 건전하게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공사가 시비걸 사항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 5개 인수은행이 공사에 되사가라고 요구한 풋백옵션규모는 9천3백10억원
으로 집계됐다.

풋백옵션을 행사한 자산은 인수은행이 퇴출은행과 거래하던 기업여신중
인수당시는 비교적 괜찮게 생각했으나 추가부실이 발생해 더이상 거래할 수
없다고 판단, 되사줄 것을 요구한 자산이다.

이는 공사가 국민 부담으로 떠안는 것이다.

퇴출은행 정리에 따른 국민부담은 더 늘게 된 셈이다.

< 김인식 기자 sskis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