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는 죽을 때 머리를 제 살던 굴 쪽으로 누인다.

그것을 일러 수구초심이라고 부른다.

동물조차도 커다란 매듭을 앞두고선 지나온 길을 더듬어 본다.

주가가 연이틀 휘청거리자 시장참가자들도 여우의 처지가 됐다.

과거를 되돌아본다.

한달반 사이에 50%가 올랐으니 매물이 쏟아지는 것을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주가를 받치는 저금리 저성장 저물가의 기조가 바뀌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바깥상황을 봐도 그렇다.

한국만 내렸을 뿐 아시아 주가가 일제히 올랐다.

그렇다면 초심까지야 바꿀 필요는 없다.

속도에 관한 문제다.

급했던 주가상승 속도를 수정하는 국면이 아닐까.

< 허정구 기자 huhu@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