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를 내고 회사 전 재산이 성업공사를 거쳐 외국의"쓰레기채권"(정크본드)
투자전문 펀드에 넘어갔던 국내업체가 이 펀드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하게
됐다.

"쓰레기 처분장"의 주인은 미국의 론스타펀드.

극적으로 살아나게된 회사는 인천의 중견건설업체 대동건설이다.

론스타는 부실채권의 담보로 설정돼 있는 부동산을 대동건설이 회생할
때까지 경매에 부치지 않기로 해 부동산 개발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법원에 신청된 화의에 동의해 주고 채권중 상당액을 탕감시켜 줬다.

정크본드 투자회사가 채무자회사에 대해 채권집행을 하지 않고 경영정상화를
도와주는 것은 이례적이며 국내에서는 처음있는 일이다.

론스타는 지난해 말 성업공사로부터 부실채권 5천6백억원어치를 샀다.

이어 채권 회수를 위해 성업공사와 함께 허드슨캠코라는 부실채권 관리
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채권회수에 나섰다.

론스타가 산 부실채권은 대부분 담보가 딸린 것이어서 허드슨캠코는 담보물
을 팔아 치워 채권을 회수할 계획이었다.

대동건설도 허드슨캠코의 손에 넘어갔었다.

채무는 3백86억원에 달했다.

경기 구리시 교문동 토지 1만여평을 비롯해 인천 주안동에 건설중이던
건물 등 9개 부동산이 담보로 설정돼 있었다.

허드슨캠코가 이 부동산을 팔아버리면 대동건설은 "장사밑천"이 없어
기업운명이 끝날 운명이었다.

지난 2월 대동건설의 백남경회장은 허드슨캠코 차정화사장을 찾아갔다.

백 회장은 담보로 잡혀 있는 부동산이 너무 아까운 땅이니 처분하지 말고
개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대동건설을 못믿겠다면 다른 회사와 함께라도 개발해 달라고 했다.

차 사장은 백 회장과의 만남에서 "사업프로젝트에 대한 강렬한 에너지를
느꼈다"고 전했다.

또 "회장 스스로가 경영을 잘못했다고 시인하고 실무자회의에 직접 나와
무엇이든 협조하겠다는 태도를 보여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회생시키기로
결정할 때 백회장의 이런 마인드를 가장 크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백회장이 제시한 부동산 개발계획도 현실성과 수익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
됐다.

경기 구리지역에 있는 토지 중 4천여평에 15층짜리 주상복합건물 2개동을
건설한다는 것이었다.

허드슨캠코와 론스타펀드는 결국 이 회사를 살리기로 했다.

인천지방법원에 신청돼 있던 화의에 동의해 줬다.

재판부는 론스타가 전체 채권의 절반이상을 갖고 있는 만큼 화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화의개시 결정을 내렸다.

허드슨캠코는 또 구리지역 주상복합건물 개발은 한 그룹 계열 건설회사와
협의해서 공동개발을 추진하도록 했다.

이와함께 채권 중 상당액은 탕감해 주기로 했다.

차 사장은 당분간 대동건설 채권을 회수할 수 없기는 하지만 대동건설이
튼튼하게 살아나면 부동산을 경매처분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김인식 기자 sskis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