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LG간 반도체 가격협상이 사실상 타결됨으로써 재계는 큰 짐을 덜게
됐다.

반도체는 자동차와 함께 빅딜의 전부로 꼽혀온 "핵심 업종".

협상 타결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다른 업종이 애써 거둔 성과도 빛을 보지
못한게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의 갈등도 증폭됐다.

오죽하면 당초 22일로 잡혔던 정.재계간담회가 26일 이후로 연기될
정도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벌여온 5대그룹의 사업구조
조정은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유와 항공은 이미 기본안을 확정하고 인수 내지 통합법인 설립 등
"빅딜 완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철도차량과 석유화학도 자산실사를 마친뒤 통합법인 설립을 위한 기본안을
확정, 관련사간 계약서 서명만 남겨두고 있다.

대우와 삼성간 자동차 협상은 새로운 평가기관으로 선정된 세동회계법인이
가격산정을 마치는 대로 주식양수도 협상을 체결키로 돼있다.

민영화 일정 등 정부의 "결심"이 상당 부분 필요한 한국중공업이 관련된
발전설비와 선박용엔진을 제외하고는 "절차"만 남겨두는 셈이다.

여기에 정부와 금융기관도 세제지원이나 출자전환 등 후속대책을 마련중
이어서 빅딜로 대표되는 5대그룹 사업구조조정은 상반기내에 모두 끝날
전망이다.

전경련이 주도해온 사업구조조정은 크게 <>계열분리후 통합형(항공,
철도차량, 유화) <>인수형(반도체, 정유, 자동차.전자) <>한국중공업 주도형
(발전설비, 선박엔진)으로 나눠볼수 있다.

우선 통합형을 보면 항공기 제작업종은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이
지난달 평가방식에 합의함에 따라 현재 채권금융기관및 평가기관이 자산규모
를 실사중이다.

내달 15일 평가결과가 나오면 계약서를 체결하고 통합법인을 설립하게 된다.

또 철도차량은 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3사가 평가방식에 합의,
이미 양해각서를 교환한데 이어 조만간 합작법인 자본금규모나 운영방법 등을
담은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유화는 이미 자산실사를 끝낸 상태다.

실사결과 삼성종합화학보다 기업가치가 2천7백억원가량 적게 나온
현대석유화학이 추가출자, 5대5 비율로 통합법인을 설립한후 일 미쓰이물산
으로부터 외자를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 철도차량 유화등은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에 통합사무국을 마련해
통합작업을 진행중이다.

주식양수도 가격이 최대 쟁점이었던 인수형의 경우도 반도체 타결로 순항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유는 이미 현대정유가 한화에너지를 인수키로 계약을 맺고 실사를 진행중
으로 늦어도 7월 중 모든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의 경우 평가기관인 딜로이트 투시 토마츠(DTT)가 삼성자동차 자산을
실사하는데 많은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 대우와 삼성은 세동회계법인
에 약식평가를 의뢰해놓은 상태다.

삼성과 대우는 세동회계법인 평가결과가 나오는대로 빠르면 이달말 주식양수
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양수도가격에 양사가 쉽게 합의할지는 아직 미지수나 상반기중 모든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빅딜과 연관돼있는 삼성의 대우전자 인수와 관련, 삼성은 삼성전자
내에 인수팀을 구성해 준비작업중이다.

삼성과 대우는 대우전자 인수후 5년간 대우전자를 독립법인으로 운영한다는
데 잠정합의한바 있어 인수작업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와 삼성의 발전설비,선박엔진 사업의 한국중공업(한중)으로 이관은
현재 이달말을 목표로 사업가치에 대한 실사를 진행중이다.

한중 자체가 민영화돼 한중인수를 추진중인 현대와 삼성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으나 사업 이관자체에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빅딜 마무리는 자동차 반도체 가전 항공 등 주요업종 시장 경쟁구도가
양사체제로 재편됨을 의미한다.

빅딜로 새로 탄생하는 통합법인이나 사업인수기업은 앞으로 과잉설비
해소와 군살빼기등 자체 구조조정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나 일반인들의 평가와 달리 이 정도 속도로 구조조정
을 마무리짓기란 어려운 일"이라며 "기업들이 국민경제를 고려해 최선을
다한 것으로 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와 금융권이 지원조치를 취해 주면 성과도 조기에 가시화될 것"
이라고 덧붙였다.

< 강현철 기자 hckang@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