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라런"과 "병속에 담긴 편지"는 오늘, 이 시점에서의 남녀간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다.

사랑의 깊이는 같지만 속도감에선 천양지차다.

롤라런이 젊은이들의 사랑을 심장이 터질듯한 "질주"에 담았다면 병속에
담긴 편지는 중년의 저릿한 사랑을 고전적이고 유려한 필치의 "편지"에
옮겼다.

"롤라런"은 뜀박질로 시작한다.

20대 초반의 연인인 롤라와 마니.

암거래조직에 연루된 마니는 10만마르크가 든 돈가방을 잃는다.

약속된 시간안에 보스에게 돈을 건네지 못하면 마니는 죽는다.

마니는 슈퍼마켓을 털려하고,그의 전화연락을 받은 롤라는 무조건 은행간부
인 아버지를 향해 뛴다.

영화는 롤라의 질주과정에서 일어나는 일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판이한
결과를 세가지 버전으로 보여준다.

"나비효과"같이 사람들의 사소한 스침과 찰라의 선택이 관계된 모두의
인생전체를 뒤바꿀수 있다는 생각도 전한다.

애니메이션, 화면분할, 스틸사진의 몽타주와 같은 감각적 비주얼과 카메라의
움직임, 그리고 고막을 때리는 테크노사운드가 속도감과 긴박감을 더해준다.

"병속에 담긴 편지"는 외로운 중년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그윽한 시선으로
따라간다.

개럿은 일찍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그리움의 편지를 병속에 담아 바다에
띄운다.

휴가를 즐기던 신문사 자료수집가 테레사는 우연히 그 편지를 발견, 편지의
주인공을 찾아 나선다.

외로움은 두 사람을 서로에게 다가서게 한다.

그러나 두 사람 앞에 놓인 현실은 순탄치만은 않다.

개럿은 마침내 죽은 아내에 대한 기억을 가슴에 묻고 새 사랑을 향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그의 편이 아니다.

케빈 코스트너, 로빈 라이트 펜, 폴 뉴먼의 농익은 연기와 수채화 같은
영상미가 매력적이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