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최고경영진을 교체, 변혁의 새 날개를 폈다.

창업자이자 경영을 진두 지휘해온 조중훈 회장이 물러났다.

다른 계열사를 맡기는 하겠지만 30년간 몸 담아온 항공사업에서 퇴진한
것이다.

또 사업을 책임져 왔던 조양호 사장도 회장직을 맡으면서 사실상 경영일선
에서 물러났다.

그 자리엔 안전분야의 전문가인 심이택 부사장이 승진했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첫걸음을 디딘 것이다.

대한항공은 22일 발표문을 통해 "조양호 사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전경련과 국제업무 등 대외관계를 담당하는 회장으로 남게 된다"고 밝혔다.

이는 ''오너 체제''로 일컬어지던 대한항공의 경영구도가 ''전문경영인 체제''
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선에서 한발 물러선 조 회장은 신임 사장에게 "업무는 가져오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와함께 상무급 이상 임원 29명 전원이 최근 잇달아 발생한 항공기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다.

지금까지의 사태에 대해 모든 임원진이 책임을 나누어지는 한편 현재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모두가 자리를 내놓겠다는 배수진을 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대한항공이 이렇게 경영체제를 획기적으로 바꾼 것은 물론 완전히 자의에
의한 것은 아니다.

정부쪽의 압력이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창업자가 물러난 것만으로도 대한항공의 결연한 자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쪽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그만하면 됐다"는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승객의 안전확보와 경영에 새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자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얼마만한 변화를 보여 주는가 하는 점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변화의 추이를 지켜 보겠다"고 말했다.

역시 가장 중요한 사안은 안전도를 높여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이다.

신임 사장은 "인명중시와 과학적 경영이 최우선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미 델타항공으로부터 안전진단을 받은 만큼 거기서 나온 지적사항들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는게 대한항공의 자세다.

심지어는 일시적으로 항공운항을 정지시키는 한이 있어라도 안전 만큼은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작업도 시급하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다잡아 새로운 발전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창사 50여년만에 처음으로 전문경영인을 맞은 대한항공 변혁의 성패는
개혁의지와 전문경영인 체제의 이행상황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 장유택 기자 chang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