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회장직에서 물러난 조중훈(79) 회장은 국내 항공운송산업의
산증인으로 일컬어진다.

"수송외길을 걸어온 인생"이라고 자타가 평가할 정도다.

육운 해운에서도 세계적 입지를 구축했다.

그는 평소 "창업자에게 퇴진이란 없다"며 사업하는 재미를 강조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조 회장과 대한항공의 인연은 묘한 구석이 있다.

인연을 맺을 때와 끊을 때 모두 주변에 정부가 있었다는 점이다.

66년 당시 여권 재정통이었던 고 김성곤씨와 김형욱 중앙정보부장 등으로
부터 대한항공공사(대한항공 전신) 인수 압력을 받고선 거절했다.

그러나 "국적기를 타고 해외 나들이 한번 하는게 소망"이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간곡한 청마저 거절할 수는 없었다.

회사 중역들의 만류를 뿌리친채 69년 3월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오늘의
대한항공으로 성장시켰다.

조 회장이 22일 대한항공과 결별하게 된 배경은 잇따른 사고에 대한 책임.

물론 정부의 강력한 문제제기가 작용했다.

결국 이별의 계기도 정부가 제공한 셈이다.

조 회장은 지난 45년 트럭 한대를 가진 한진상사로 출발해 6대 그룹을
일궈냈다.

지난 96년 펴낸 "내가 걸어 온 길"이란 자서전에서 역경과 보람을 피력하고
있다.

그는 남다른 애국심으로도 유명하다.

한민족의 전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에서 회사 이름을 "한진"으로 정할
정도이다.

대한항공 회장직 사퇴에도 불구하고 조회장의 사업 열정은 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른 계열사를 통해 "사업이 예술"임을 입증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현재 조 회장은 한진해운 한진건설 한진중공업 한진 한국공항의 회장으로
돼 있다.

< 박기호 기자 kh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