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수 차관 G33회의서 정부는 25일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 외환위기 진
단과 처방에 문제점이 있었다고 국제회의석상에서 공식적으로 지적했다.

정덕구 재정경제부 차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33개국(G33) 재무차
관회의에 참석, 한국의 외환극복 과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국의 경우 재정
적자가 위기의 근본 원인이 아니었다"면서 "IMF가 과도한 긴축재정을 요구한
것은 잘못된 처방"이라고 말했다.

정 차관은 이어 "전반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은 경제구조 아래서 IMF의 긴축
정책이 강행되는 바람에 신용경색 심화, 기업들의 부채부담 증가, 경기침체
등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또 "재정긴축으로 인한 경기후퇴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공통적으로 발생
했다"면서 "이는 결과적으로 세계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정 차관은 "이같은 사실은 위기발생 초기에 국제사회 차원에서 유동성 지원
을 확대하는 것이 긴축적 거시정책보다 우월한 대안임을 의미한다"고 주장했
다.

정 차관의 이날 발언은 지난 1월 IMF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을 인용한
것이지만 한국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IMF의 처방에 문제가 있었음을
공식적으로 지적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편 정 차관은 이날 발표한 "국제금융체제 개편관련 한국보고서"를 통해 "
IMF의 자본금을 확대하되 각 국의 지분율은 실제 경제력을 반영해 재조정해
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IMF내에서 한국의 발언권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현행 지분구조를 유지
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미국과는 다른 입장에 선 것이다.

정 차관은 이밖에 헤지펀드 등 부채비율이 높은 투자기관에 대한 감독 및
규제를 강화하고 IMF에 위험이 감지되는 단계에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예방적 지원제도(CCL)를 신설할 것을 주장했다.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bjnyang@aol.com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