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된 증시환경에서의 투자자세 ]

이종우 < 대우증권 연구위원 >

공룡이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했다면 지금까지도 세계의 주인은 공룡일까?

이런 의문점은 하나의 가정에 지나지 않지만 주식시장에서는 현실에
적응하느냐 못하느냐가 투자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다.

실례로 93년이후 블루칩의 상승 과정을 보자.

엔고의 심화로 한국의 대표회사들이 93년부터 큰 폭의 이익을 냈고 이를
간파한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블루칩종목을 중심으로 대규모 매수를 지속했다.

그러나 상당수 일반 투자자는 블루칩종목의 상승초기에 주식을 처분해
버렸고 이후 매도한 주식의 가격이 몇배나 올라가는 것을 바라만 봐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변화를 간파하지 못해 낭패를 겪었던 대표적 예다.

그러면 지금의 주식시장 환경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으로 기관의 영향력 확대를 들수 있다.

올해에만 주식형펀드가 7조원정도 증가했고 저금리로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5년 주식형수익증권이 한국 금융자산의 0.77%정도를 차지했던 전례에
비춰보면 올해중 주식형펀드가 23조원까지 늘어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는 앞으로 기관의 힘이 더욱 강해져 시장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는
의미가 된다.

둘째 기관의 영향력 확대로 주가차별화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사상 처음 나타나고 있는 저금리로 주식시장 환경이 변화돼 주가의
움직임을 과거에 비춰 예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변화된 환경에서 일반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과거의 주가패턴에 연연해 하지 말고 기업이익에 대한 믿음을 확고히
해야한다.

금리가 떨어졌고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들의 비용이 크게 줄었다.

이는 어느 정도 영업이 뒷받침되는 기업의 경우 과거에 겪어보지 못했던
이익이 날수 있는 토대가 형성됐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과거 주가 고점과 같은 것에 연연해 하는 것은 최소한 이익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기업에는 적절한 투자자세가 아닐 것이다.

두번째는 시장을 섣불리 예단하지 말아야 한다.

기관투자가들의 시장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주가가 예상보다 오르거나
떨어지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개념으로 일정한 주가수준만을 고집하면 상승하는
주식을 중간에 팔거나 떨어지는 주식을 중도에 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세번째는 당분간 기관과 동일한 매매종목을 투자해야 한다.

어차피 한동안은 기관투자가가 시장을 이끌어갈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매수하는 종목을 따라가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외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IMF를 계기로 한국증시가 완전 개방돼 87년 블랙먼데이날에도 우리나라
주가는 올라가는 것과 같은 기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미국의 주가가 하락하면 한국주식시장은 훨씬 더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선진국 주가에 유의해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자신이 적응력을 갖추기 힘들다고 판단하면 요즘
유행하는 간접투자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간접투자보다 직접투자를 선호한다면 자신이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투자패턴을 달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갖고 있어 높은 위험과 수익을 원하는 경우
기관투자가들이 매수하는 종목을 중심으로 시장상황에 따라 활발히 교체매매
하는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기관에 비해 투자결정이 빠르고, 보유종목의 전환도 쉽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시점에는 기관선호 우량주에, 주가조정기간에는 중소형
개별주에 교체매매할 수 있고 이 전략이 성공할 경우 큰 이익을 낼수 있다.

반면 낮은 위험과 수익을 원할 경우 이익이 증가하는 기업에 장기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은 공평해서 영원히 오르지 않을 것같던 주식도 일정시점에 가서는
남보다 돋보이는 상승을 기록하기도 한다.

때를 낚는 기분으로 기다려보는 것도 투자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