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식 < 미래에셋 자산운용 펀드매니저 >

종합지수가 지난 2주동안 약 180포인트의 상승후 이틀동안 장중 60포인트
정도(상승폭의 약3분의1수준)의 짧은 조정 후 주말 다시 반등국면을 보이고
있다.

현 국면에서의 화두는 지난주 중반까지 지속된 랠리에 대한 짧은 조정
국면후 전고점(장중고점 780포인트) 돌파가능성 여부이다.

먼저 지난주 중반 일시적 급락장세의 원인을 찾아보자.

기관투자가의 입장에서 신규 펀드의 설정으로 인한 지속적 자금유입에도
불구하고 지수 750선이상에서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던 국면에서 외국인이 지난 16일부터 3일동안 5천억원 가까운
금액을 순매수함에 따라 종합지수에 대한 단기 과열 우려감이 대두되었다.

지수는 장중 780포인트까지 상승하였다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출기업들의 경쟁력 약화 우려감과 정책당국자의 금리하락 속도조절 발언
및 노동계의 파업확산 등의 악재가 대두되었으나 지수 급락의 본질적인
요소는 조정없는 급등세 지속과 관련 경계심리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이나마 상승폭의 33% 수준의 조정과정을 거쳤으므로
지수폭의 조정은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이 든다.

지난 3월이후 지수상승을 견인했던 엔진이 무엇보다도 저금리 지속으로
인한 풍부한 시중유동성이었으므로 짧은 조정후 재상승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향후 금리추이와 유동성측면을 고려해야한다.

최근의 금리하락과 관련하여 한국은행 관계자가 지나친 금리하락에 대해
우려하는 발언을 한 것을 계기로 급격한 금리하락세가 진정되고 있으며,
중장기 금리는 당분간 보합전후에서 소폭의 등락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내 유동성 측면을 본다면, 최근 일부 뮤추얼 펀드와 투신사 주식형펀드
의 수익률이 30%이상을 기록하는 펀드들이 출현하면서 수익률 고정을 위한
매물출회로 일시적 수급불균형을 초래하기도 했으나 주식형 간접 투자상품
으로의 자금 유입은 여전히 빠른 속도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8조원에 달하는 고객예탁금과 은행권 단위형 신탁발매가 이어지고
있으므로 현 장세의 기본 추세는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지수 전고점 돌파 및 800선으로의 안착의 조건은 이러한 유동성
장세의 유효성만으로는 부족하며, 펀더멘털 측면의 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미국의 메릴린치 증권사가 99년 우리의 GDP 성장률을 2.2%에서
4.5%로 대폭 상향조정한 바 있다.

또한 워버그증권사는 최근 경제회복 징후를 보이고 있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투자비중을 확대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러한 외국계 기관들의 시각을 통해 한국경제의 밝은 전망의 단면을 볼 수
있음에 틀림없지만 우리 경제의 내실있는 성장을 담보하는 것은 5대그룹을
비롯한 각 기업들의 의미있는 구조조정의 추진과 이의 가시적 성과의 출현
에서 찾아야 한다.

경제의 패러다임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일본의 최고갑부는 소니의 소유주도 아니고, 부동산 재벌도 아닌 야후
재팬의 대주주인 손 마사요시이며, 싯가총액 기준 미국의 최대 증권사는
메릴린치사가 아닌 디스카운트 회사인 찰스 슈와브(Charles Schwab) 브로커
이다.

99년10월부터 시작된 대세 상승의 전개양상은 전업종에 걸친 순환매가
일어나는 금융장세의 성격을 보여주었다면 지수 800선을 돌파하는 이 시점
에서의 시장을 초과하는 수익률의 실현은 첫째,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역량을 강화시켜나가는 기업들과 둘째,
소프트화되고 있는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적절히 수용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들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제 1.4분기 우리 기업들의 성적표가 발표되는 시점에 와 있다.

어느 기업이 "주주가치의 증대"를 구호가 아닌 현실로 주주에도 보여주는지
차분히 지켜볼 일이며, 이러한 기업들에 장기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때
지수 800대 아닌 지수 1,000선은 어느새 우리에게 다가와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