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떠오르는데 중국은 가라앉는다"

요즘 일본의 외교가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한.일 중.일관계의
변화다.

한국의 주가는 계속 치솟고 있다.

일본 총리부가 24일 발표한 "외교에 관한 세론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대해
친밀감을 갖고 있다는 응답이 46.2%에 이르렀다.

지난번 조사때보다 8.3%포인트나 높아졌다.

한.일관계가 "양호하다"고 응답한 사람도 42.8%로 2.5%포인트가 뛰었다.

그러나 중국은 정반대다.

중.일관계가 "양호하지 않다"는 응답이 44.2%에서 47.9%로 늘어났고
"양호하다"는 응답은 45.6%에서 41.4%로 줄었다.

일본을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외교관계가 대조적인 희비쌍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명암은 지난해 정상외교때부터 갈라졌다.

작년 10월 김대중 대통령 방일 이후 일본인들의 한국을 보는 시각이 급변
하기 시작했다.

김 대통령의 과거역사 청산과 대중문화 개방약속 등은 신선한 충격을 줬다.

"한.일 신시대"를 여는 결정적인 촉매가 됐다.

그러나 장쩌민(강택민) 국가주석의 일본방문 이후 중.일관계는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

장 주석은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하면서 "과거사의 해결"
을 시도했던 탓이다.

미래를 선택한 김 대통령은 후한 점수를 얻은 반면 과거에 치우친 장 주석
에 대한 평은 좋지 못했다.

"매파 보수주의 극우파"로 통하는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의 등장은
중.일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중국의 대만정책과 티베트 인권문제 등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중국의 외교당국자는 "일본이 침략역사를 왜곡, 중국을 공격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인민일보는 24일 중국의 티베트 대만정책 비판에 대한 반론을 게재했다.

중.일외교가 역사해석의 문제로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일외교는 순탄하다.

김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간 합의를 실천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조치들이
마련되고 있다.

일본의 외교관계자들은 "한.일관계가 요즘처럼 원만했던 적이 없다"고
단언한다.

"가깝고도 먼" 일본이 점차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셈이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