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빅딜에서 얻어야 할 교훈 .. 복거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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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 < 경제평론가 / 소설가 >
지루한 협상끝에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주식 양수도가격에 마침내
합의했다.
이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참았던 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주식 양수도가격에 대한 합의는 반도체 분야의 "빅딜" 자체만이 아니라
다른 일들이 나아가기 전에 풀려야할 단단한 매듭이었기 때문이다.
"빅딜"은 크고 복잡한 거래이므로 그것들이 마무리되기까지는 남은 일들이
많다.
어떤 뜻에선 정말로 어려운 과정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이제는 숨을 돌리면서 우리가 "빅딜"을 추진해온 과정을 살피고
잘잘못을 평가하고 교훈을 얻어내야 할 것이다.
"빅딜"에서 우리가 얻어낼 교훈은 물론 여럿이다.
그러나 그것들을 시작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이 정부였으므로 가장
중요한 교훈은 정부에 관한 것이다.
그 교훈은 "애그네스 앨런의 법칙(Agnes Allen"s Law)"으로 요약될 수 있다.
"거의 모든 것들은 나오기보다는 들어가기가 쉽다(Almost anything is
easier to get into than out of)".
부연하면 정부는 쉽게 딸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과일의 유혹에 빠져
원칙에 어긋나는 일을 시작하면 안되니, 원칙에 어긋나는 일들은 장기적
으로는 혜택보다 비용이 크다.
너무 많은 업종들에 진출했다고 거센 비판을 받아온 재벌들로 하여금 산하
기업들을 맞바꾸어 전문화를 추진토록 하는 것은 경제나 경영에 대해 얕은
지식을 지닌 사람들에겐 쉽게 딸수 있는 과일로 보였을 터이다.
그러나 그것은 쉽게 소화할 수 있는 과일이 아니었다(기업들이니 영업부문들
을 쉽게 짜맞추고 해체할 수 있는 레고 블록들로 여긴 그들에게 노동조합들의
거센 반발과 부품 공급업체들의 도산은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보다 근본적 문제는 정부가 그런 일을 하라고 기업들에 강요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그런 판에 정부는 맞바꾸기에 들어갈 기업들의 목록까지 만들어 기업들에
강요했다.
명령 경제 체제에서나 볼수 있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이 생각지 못했던 실제적 문제들이 계속 나타나고 비용은
눈덩이처럼 늘어나 "빅딜"이 소화하기 어려운 과일로 판명되면서 정부로선
발을 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워낙 생색을 크게 냈던 터라 "빅딜"엔 정부의 체면이 걸려
있었다.
그래서 정부는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stakeholders)의 거센 반발을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무마시켜 애초에 기대했던 공력효과(synergy)는 바라볼수
없게 된 뒤에도.
원칙을 어겨가면서까지 쉽게 딸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과일에 손을 대고
그것이 소화하기 어려운 과일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정부나 대통령의
체면 때문에 큰 사회적 비용을 마다하고 밀어붙이는 일은 아주 흔해서 이젠
현 정권이 펴온 정책들에서 하나의 패턴을 이룰 정도다.
"노사정위원회"와 "햇볕정책"은 두드러진 예들이다.
둘 다 처음엔 쉽게 딸수 있는 매혹적 과일들로 보였겠지만 전자는 우리
경제 체제에 이질적인 단체주의(corporatism)에 바탕을 둔 기구라는 점
때문에, 그리고 후자는 근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이라는 점 때문에
우리로선 소화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리고 정부의 줄기찬 선전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우리 사회에 큰 짐들이
됐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곤혹스러운 것은 이제 와서 그것들을 버리기도 어렵다는 사실이다.
"노사정위원회"가 깨지면 노사관계는 갑자기 나빠질 것이 분명하고, 우리가
북한에 대한 원조를 줄이면 원조를 아예 끊지 않더라도 북한은 우리가
적대적 태도로 바꾸었다고 여길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이미 합의된 사항들을 바꾸라는 노동계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였다.
북한의 냉소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원조를 늘릴 길을 열심히 찾고 있다.
"애그네스 앨런의 법칙"이 경고하는 것이 바로 그 점이다.
이제 우리는 정부에 대해 요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원칙을 지키라고.
그래서 쉽게 딸수 있는 과일이 보이더라도 그것을 따는 것이 원칙에
어긋나면 유혹을 물리치라고.
특히 대통령이 손수 그 과일을 따는 것은 위험하니 되도록 삼가라고.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6일자 ).
지루한 협상끝에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주식 양수도가격에 마침내
합의했다.
이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참았던 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주식 양수도가격에 대한 합의는 반도체 분야의 "빅딜" 자체만이 아니라
다른 일들이 나아가기 전에 풀려야할 단단한 매듭이었기 때문이다.
"빅딜"은 크고 복잡한 거래이므로 그것들이 마무리되기까지는 남은 일들이
많다.
어떤 뜻에선 정말로 어려운 과정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이제는 숨을 돌리면서 우리가 "빅딜"을 추진해온 과정을 살피고
잘잘못을 평가하고 교훈을 얻어내야 할 것이다.
"빅딜"에서 우리가 얻어낼 교훈은 물론 여럿이다.
그러나 그것들을 시작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이 정부였으므로 가장
중요한 교훈은 정부에 관한 것이다.
그 교훈은 "애그네스 앨런의 법칙(Agnes Allen"s Law)"으로 요약될 수 있다.
"거의 모든 것들은 나오기보다는 들어가기가 쉽다(Almost anything is
easier to get into than out of)".
부연하면 정부는 쉽게 딸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과일의 유혹에 빠져
원칙에 어긋나는 일을 시작하면 안되니, 원칙에 어긋나는 일들은 장기적
으로는 혜택보다 비용이 크다.
너무 많은 업종들에 진출했다고 거센 비판을 받아온 재벌들로 하여금 산하
기업들을 맞바꾸어 전문화를 추진토록 하는 것은 경제나 경영에 대해 얕은
지식을 지닌 사람들에겐 쉽게 딸수 있는 과일로 보였을 터이다.
그러나 그것은 쉽게 소화할 수 있는 과일이 아니었다(기업들이니 영업부문들
을 쉽게 짜맞추고 해체할 수 있는 레고 블록들로 여긴 그들에게 노동조합들의
거센 반발과 부품 공급업체들의 도산은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보다 근본적 문제는 정부가 그런 일을 하라고 기업들에 강요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그런 판에 정부는 맞바꾸기에 들어갈 기업들의 목록까지 만들어 기업들에
강요했다.
명령 경제 체제에서나 볼수 있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이 생각지 못했던 실제적 문제들이 계속 나타나고 비용은
눈덩이처럼 늘어나 "빅딜"이 소화하기 어려운 과일로 판명되면서 정부로선
발을 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워낙 생색을 크게 냈던 터라 "빅딜"엔 정부의 체면이 걸려
있었다.
그래서 정부는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stakeholders)의 거센 반발을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무마시켜 애초에 기대했던 공력효과(synergy)는 바라볼수
없게 된 뒤에도.
원칙을 어겨가면서까지 쉽게 딸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과일에 손을 대고
그것이 소화하기 어려운 과일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정부나 대통령의
체면 때문에 큰 사회적 비용을 마다하고 밀어붙이는 일은 아주 흔해서 이젠
현 정권이 펴온 정책들에서 하나의 패턴을 이룰 정도다.
"노사정위원회"와 "햇볕정책"은 두드러진 예들이다.
둘 다 처음엔 쉽게 딸수 있는 매혹적 과일들로 보였겠지만 전자는 우리
경제 체제에 이질적인 단체주의(corporatism)에 바탕을 둔 기구라는 점
때문에, 그리고 후자는 근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이라는 점 때문에
우리로선 소화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리고 정부의 줄기찬 선전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우리 사회에 큰 짐들이
됐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곤혹스러운 것은 이제 와서 그것들을 버리기도 어렵다는 사실이다.
"노사정위원회"가 깨지면 노사관계는 갑자기 나빠질 것이 분명하고, 우리가
북한에 대한 원조를 줄이면 원조를 아예 끊지 않더라도 북한은 우리가
적대적 태도로 바꾸었다고 여길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이미 합의된 사항들을 바꾸라는 노동계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였다.
북한의 냉소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원조를 늘릴 길을 열심히 찾고 있다.
"애그네스 앨런의 법칙"이 경고하는 것이 바로 그 점이다.
이제 우리는 정부에 대해 요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원칙을 지키라고.
그래서 쉽게 딸수 있는 과일이 보이더라도 그것을 따는 것이 원칙에
어긋나면 유혹을 물리치라고.
특히 대통령이 손수 그 과일을 따는 것은 위험하니 되도록 삼가라고.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