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경영인과 강제적 M&A ]

대한항공 사고 수습대책과 관련해 전문경영인 체제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무능하고 욕심 많은 오너를 전문경영인으로 대체하면 회사가 잘될 것이란
발상은 옳은 생각일까.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를 잡으려면 적대적 M&A(인수 합병)제도가 정착돼야
한다고 법경제학은 조언한다.

회사를 자신의 것처럼 아끼는게 경영자에게 주어진 임무이다.

그런 데 사람은 일반적으로 남의 재산을 자신의 것처럼 여기지 않는다.

전문경영인과 오너간 가장 큰 차이는 주식 소유 여부이다.

오너는 가장 큰 지분율을 가진 사람이고 전문경영인은 대개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주인보다는 고용 사장이 회사를 덜 아낄 것임은 자명하다.

전문경영인이 회사의 재산을 함부로 다루는데 따른 비용을 경제학에서는
대리인 비용이라고 부른다.

누군가 감시하지 않으면 전문경영인에 의한 대리인 비용은 피할 수 없다.

오너 체제와 적대적 M&A 제도는 둘 다 고용 경영자들의 대리인 비용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장치이다.

오너 체제에서는 지배주주 또는 소위 재벌 총수들이 감시자의 역할을 한다.

반면 적대적 M&A 제도하에서는 잠재적인 기업 사냥꾼들이 고용 사장들을
지켜 본다.

어떤 형태로든 고용 사장에 대한 감시가 이뤄지지 않을 수 없다.

적대적 M&A를 통한 감시가 활발하다면 오너 체제에 의한 감시기능은 시장
에서 빛을 잃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적대적 M&A가 활발하지 않다면 지금처럼 오너에 의한 감시가 불가피
하다.

적대적 M&A가 활발한 미국과 영국에서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 잡은
반면, 그렇지 않은 독일이나 프랑스 캐나다 스웨덴 등에서는 오너 체제가
지배적인 것은 그 때문이다.

적대적 M&A가 활성화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김정호 < 경제학 박사 / 자유기업센터 법경제실장 www.cfe.or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