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으로 쓰러졌던 한 중소기업이 외국자본을 받아들여 첨단 반도체장비
업체로 우뚝 일어섰다.

정밀화학분야 탱크 배관설비를 만들던 한발테프론은 작년 1월 부도를 냈다.

외환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도미노처럼 쓰러지던 수많은 중소기업중 하나
였다.

이 회사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그해 4월 미국의 반도체부품 업체인
엠펙을 만나면서부터.

반도체 웨이퍼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전문 생산하는 엠펙은
한발테프론의 화학관련 설비와 기술을 높이 사 30억원을 투자키로 결정했다.

엠펙은 마침 아시아에 생산기지를 구축하기 위해 마땅한 투자처를 물색하던
중이었다.

엠펙은 한발테프론을 인수하며 회사 이름을 "엠펙-한발코리아"(대표 찰스
D.아이텔)로 바꿨다.

이름만이 아니라 회사 내용도 완전히 바꿨다.

우선 웨이퍼 운반용기(캐리어) 등 반도체 관련 장비 생산시설을 새로 깔고
현장엔 미국 본사의 기술진을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65명이던 직원이 25명으로 주는 "아픔"도 있었다.

하지만 작년 10월부턴 공장을 다시 돌리며 반도체 업계에 화려하게 데뷔
했다.

현재 이 회사는 월 3억원 어치씩의 반도체캐리어를 만들어 삼성전자
현대전자 LG반도체 등에 납품하고 있다.

미국으로 수출도 한다.

금년 매출 목표는 수출 20억원을 포함해 총 1백20억원 정도.

한발테프론 시절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엠펙-한발코리아의 한상배 이사는 "부도로 완전히 없어지는줄 알았던
회사가 외국자본을 적극 유치해 세계적인 반도체 관련장비 업체로 다시
태어났다"며 "회사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지난해 줄였던 인력도 늘릴 계획"
이라고 말했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