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도덕적 해이의 정확한 이해 .. 최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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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 <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
환란이후 인구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경제관련 전문용어는 바로 모럴해저드
(도덕적 해이)이다.
전문용어가 본래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다 정책의
진단과 처방에서 혼동과 혼란을 초래하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
일반인들이 용어를 잘못 쓰는 거야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전문가로 자처
하는 학자와 경제관료들이 도덕적 해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본래의 의미와 전혀 다른 또는 전혀 상관이 없는 현상을 두고 도덕적 해이
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마치 도덕적 해이가 모든 문제의 근원인양 떠드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행위를
도덕적 해이라고 일반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도덕적 해이의 구체적 사례로 언론에 언급되는 것들에는 금융기관의 부실한
대출심사, 과세권의 선택적 행사, 눈먼 돈 챙기기, 책임 떠넘기기, 관료들의
복지부동, 퇴출기관 종사자들의 조직적 반발, 기업의 불투명한 경영, 기업주
의 고의부도및 재산은닉, 정부의 예산낭비와 국책사업의 부실화, 공기업의
과도한 퇴직금 지급등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쯤 되면 우리 사회의 모든 현상들이 도덕적 해이 현상이다.
경제위기의 근원적 원인이 도덕적 해이에 있다는 주장도 나올 법하다.
앞에서 언급된 부도덕한 행위나 파렴치한 위법행위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 부도덕한 행위와 위법행위는 도덕적 해이 현상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덕적 해이와 착각하고 있다.
그러면 도덕적 해이란 정확하게 무엇인가.
경제학 교과서는 도덕적 해이를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분포되어 있을 때
정보를 가진 측이 정보를 갖지 못한 측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취하는 경향이라 정의하고 있다.
비전문가들의 경우 도덕적 해이에 대한 이러한 간단하고 분명한 정의도
이해하기가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는 근본적 원인이 행위자나 행위의
부도덕성에 있는 것이 아니고 관련 경제주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가 비
대칭적인데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많은 경제행위에서 공급자와 소비자는 나름대로 완벽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그 결과 양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대칭적이다.
그러나 몇몇 시장에서는 공급자와 소비자중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정보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의약품이나 중고자동차의 경우 사는 쪽보다 파는 쪽이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의료보험, 화재보험, 자동차보험등 각종 보험의 경우 공급자인 보험회사보다
소비자인 보험가입자가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화재가 나서 입는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우리는 화재보험에 가입한다.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는 화재의 예방을 위해 여러가지
조치를 취하며 신경을 많이 쓸 것이다.
그러나 일단 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납부하게 되면 최선을 다해 화재예방을
하지 않고 소홀히 하게 되면 이것이 바로 도덕적 해이이다.
보험회사는 보험가입자가 평소 불조심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를 가입자만큼
잘 알 수가 없다.
도덕적이라는 표현이 사용된다고 해서 보험가입자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업무적 약속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행동이
나왔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화재보험 가입의 예에서 보듯 보험가입자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고의로
불을 지르는 경우 이는 범죄행위로서 그 부도덕성이 사회적 지탄을 받고
법에 따라 응분의 처분을 받아야 하나 도덕적 해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도덕적 해이라는 용어 하나의 잘못된 사용이 뭐 그렇게 대단하기에 이렇게
호들갑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우선 전문적 용어의 잘못된 사용은 우리나라 전체의 지적수준을 나타내기에
국제적으로 매우 창피한 사항이다.
결국 경제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들이 경제문제를 재단할 때 어떠한 문제가
야기되는가를 보여주는 아주 좋은 사례이다.
정책담당자들이 어떤 용어의 개념이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이를
사용하면 정책의 맥점이 헛짚어지고 정책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 못해 결국
정책실패로 귀착되는 점도 지적되어야 한다.
각종 비도덕적 위법.탈법행위가 상승적으로 작용해 우리 사회의 근본구조를
와해시켜왔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도덕적 해이가 환란의 원인이라 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주장이다.
도덕적 해이에 대한 몰이해(몰이해)가 정책오류로 연결되지 않기를 바란다.
앞으로는 중요한 개념들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책논의가 이루어
져야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7일자 ).
환란이후 인구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경제관련 전문용어는 바로 모럴해저드
(도덕적 해이)이다.
전문용어가 본래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다 정책의
진단과 처방에서 혼동과 혼란을 초래하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
일반인들이 용어를 잘못 쓰는 거야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전문가로 자처
하는 학자와 경제관료들이 도덕적 해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본래의 의미와 전혀 다른 또는 전혀 상관이 없는 현상을 두고 도덕적 해이
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마치 도덕적 해이가 모든 문제의 근원인양 떠드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행위를
도덕적 해이라고 일반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도덕적 해이의 구체적 사례로 언론에 언급되는 것들에는 금융기관의 부실한
대출심사, 과세권의 선택적 행사, 눈먼 돈 챙기기, 책임 떠넘기기, 관료들의
복지부동, 퇴출기관 종사자들의 조직적 반발, 기업의 불투명한 경영, 기업주
의 고의부도및 재산은닉, 정부의 예산낭비와 국책사업의 부실화, 공기업의
과도한 퇴직금 지급등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쯤 되면 우리 사회의 모든 현상들이 도덕적 해이 현상이다.
경제위기의 근원적 원인이 도덕적 해이에 있다는 주장도 나올 법하다.
앞에서 언급된 부도덕한 행위나 파렴치한 위법행위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 부도덕한 행위와 위법행위는 도덕적 해이 현상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덕적 해이와 착각하고 있다.
그러면 도덕적 해이란 정확하게 무엇인가.
경제학 교과서는 도덕적 해이를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분포되어 있을 때
정보를 가진 측이 정보를 갖지 못한 측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취하는 경향이라 정의하고 있다.
비전문가들의 경우 도덕적 해이에 대한 이러한 간단하고 분명한 정의도
이해하기가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는 근본적 원인이 행위자나 행위의
부도덕성에 있는 것이 아니고 관련 경제주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가 비
대칭적인데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많은 경제행위에서 공급자와 소비자는 나름대로 완벽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그 결과 양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대칭적이다.
그러나 몇몇 시장에서는 공급자와 소비자중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정보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의약품이나 중고자동차의 경우 사는 쪽보다 파는 쪽이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의료보험, 화재보험, 자동차보험등 각종 보험의 경우 공급자인 보험회사보다
소비자인 보험가입자가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화재가 나서 입는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우리는 화재보험에 가입한다.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는 화재의 예방을 위해 여러가지
조치를 취하며 신경을 많이 쓸 것이다.
그러나 일단 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납부하게 되면 최선을 다해 화재예방을
하지 않고 소홀히 하게 되면 이것이 바로 도덕적 해이이다.
보험회사는 보험가입자가 평소 불조심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를 가입자만큼
잘 알 수가 없다.
도덕적이라는 표현이 사용된다고 해서 보험가입자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업무적 약속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행동이
나왔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화재보험 가입의 예에서 보듯 보험가입자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고의로
불을 지르는 경우 이는 범죄행위로서 그 부도덕성이 사회적 지탄을 받고
법에 따라 응분의 처분을 받아야 하나 도덕적 해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도덕적 해이라는 용어 하나의 잘못된 사용이 뭐 그렇게 대단하기에 이렇게
호들갑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우선 전문적 용어의 잘못된 사용은 우리나라 전체의 지적수준을 나타내기에
국제적으로 매우 창피한 사항이다.
결국 경제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들이 경제문제를 재단할 때 어떠한 문제가
야기되는가를 보여주는 아주 좋은 사례이다.
정책담당자들이 어떤 용어의 개념이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이를
사용하면 정책의 맥점이 헛짚어지고 정책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 못해 결국
정책실패로 귀착되는 점도 지적되어야 한다.
각종 비도덕적 위법.탈법행위가 상승적으로 작용해 우리 사회의 근본구조를
와해시켜왔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도덕적 해이가 환란의 원인이라 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주장이다.
도덕적 해이에 대한 몰이해(몰이해)가 정책오류로 연결되지 않기를 바란다.
앞으로는 중요한 개념들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책논의가 이루어
져야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