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반딧불이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연극 "연어는 바다를
그리워 하지 않는다"(김태수 작, 이용화 연출)는 중층적 갈등구조를 갖고
있다.

신을 믿는 자와 믿을 수 없는 자, 인간의 사랑과 배신, 금욕과 쾌락 등의
갈등을 얼개로 해 인간적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극은 졸지에 부모를 여읜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범죄자의 길을 걸어
온 대철(이완희)이란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성직자가 된 형 대원(유태균)을 25년만에 찾아온 대철은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한 채 살아온 테레사(강지은)를 유혹한다.

테레사는 성당에서 자란 요한(김광종)이 짝사랑하던 여인.

요한은 대철의 몸에 칼을 꽂고 죄책감을 못이겨 자살한다.

큰 상처를 입고도 목숨을 구한 대철은 요한이 25년전 자신이 버린 아들임을
알고 신을 향해 절규한다.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를 시작으로 서민극의 지평을 열고 있는
극작가 김태수의 탄탄한 이야기 전개 솜씨가 돋보인다.

그러나 그 내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과 갈등의 흐름을 무대언어로 형상화
해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일부 배우들의 연기밸런스가 맞지 않아 극을 통해 얘기하고자 하는 주제의
핵심에 도달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각 장면의 숨이 짧아 긴장의 끈이 자주 끊겼다.

조명을 통해 과거와 현재, 성과 속의 공간으로 나눠 사용한 무대도 빈곳이
많아 허전했다.

고해성사를 하는 학생(정대호), 요한을 유혹하는 테레사의 보모(김은영) 등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삽입한 인물들의 연기는 빼어났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