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군대에 보내지 않으려고 "돈"을 쓴 기업주, 은행장부인, 교수,
의사, 공무원, 법조인, 연예인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또 돈을 받고 신체검사에서 군면제판정을 내려준 군의관과 "다리" 역할을
한 브로커들도 대거 쇠고랑을 찼다.

병무비리를 수사해온 검찰.경찰.군합동수사부는 27일 "국방의 의무"를
돈으로 해결하려한 부모 1백35명과 군의관 16명, 브로커 56명 등 2백7명을
적발했다.

합수부는 이들중 2천만원 이상을 쓴 부모 49명과 "병무해결사" 역할을 한
군의관 전원, 병무청 공무원과 브로커 35명 등 1백명을 뇌물수수 및 공여혐의
로 구속했다.

나머지는 불구속기소하거나 지명수배했다.

합동수사부는 이들중 신체가 멀쩡하면서도 군면제를 받은 1백33명을
현역 등으로 입영시키기 위해 재신검 통보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면제수법 ="디스크"로 불리는 수핵탈출증과 시력결함을 이용한 수법이
단골 면제수단이었다.

흔한 결함인데다 허위진단서 발급이 쉽기 때문이다.

삼성전기 계약임원 서재설(60)씨는 아들을 디스크로 판정하게 해 면제를
받았다.

동남유화대표 최남호씨의 부인 민옥자(55)씨는 황반변성(눈속 황반의 변색)
으로 처리케 해 아들의 입대를 피했다.

부동시(두눈의 시력차가 큰 증상)를 이용한 사례도 나왔다.

이밖에 발바닥의 골이 너무 깊게 파진 선천성요족(평발의 반대), 만성간염,
아토피성피부염 등도 단골면제 구실로 이용됐다.

<>청탁인사들 =유력인사들이 망라돼 "유전면제, 무전입대"라는 속설이
공연한 말이 아니었다.

한양대의대 주경빈 교수, 이용일 쌍방울 구단주대행, 삼익주택법정관리인
원수언씨의 부인 오정자씨, 분당자동차학원장 배병태씨의 부인 김영분씨 등이
적발됐다.

기업인 중에선 우림해운 대표 최종태, 동성유통 대표 백송수, 그린웨딩홀
사장 정종태씨 등도 입건됐다.

특히 신생프로덕션 대표 송진화(53.여)씨는 6천여만원을 주고 쌍둥이
형제의 병역을 면제시켰으며 임대업자 전용배(48)씨는 1천5백만원으로
큰아들은 면제, 둘째는 공익요원 4급판정을 받아냈다.

전 대유공영 대표 유일수(51)씨는 도급업체 사장 아들의 병역면제를
5천만원에 해결해주고 78억원 상당의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프로야구선수인 서용빈, 나래 블루버드 농구단의 이민우 선수도 적발됐다.

해태타이거스 소속의 김종국 선수는 부친이 구속됐다.

연예인 중에선 가수이자 방송진행자인 김상희씨가 아들의 병역면제를
청탁했고 가수 김원준씨는 의사인 아버지 김기영씨가 1천만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적발된 부모 1백35명을 직업별로 보면 사업 37명, 의사 7명, 회사원 6명,
공무원 6명, 은행임직원 5명, 교수.전문직 4명 등 순이었다.

<>알선자 ="브로커 3인방"으로 통하는 정건표(46.서울지방병무청 6급),
최기택(44."7급), 정윤근(47.병무청 6급)씨 등 병무청 중하위직 공무원들이
비리의 첨병 역할을 하면서 1억5천만~2억1천만원씩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전 강남구청 병사계장 최경희(51)씨는 강남 주부들에게 "병무해결사"로
알려지면서 유학생 부모를 집중 공략했다.

원용수 준위 사건에도 연루된 박노항(48) 원사는 20회에 걸쳐 60억원을
챙겼고 의무사령부 인사행정처장 김규형(48) 대령 등 의정 장교와 군의관도
다수 적발됐다.

브로커 중에는 병무청 공무원이 2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들에게 포섭돼
면제판정을 해 준 전.현직 군의관도 16명에 달했다.

< 장유택 기자 changyt@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