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정.재계및 금융계 간담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5대 그룹의 구조조정은 기업은 물론 금융기관과 국가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강조하며 철저한 구조조정을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는 만찬을 겸해 2시간동안 진행되었다.

5대 그룹회장들은 사안이 사안인 만큼 긴장된 분위기속에서 회의에
들어갔으나 김 대통령이 조크도 하면서 자연스런 분위기를 적극 유도하여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통령은 각 그룹별 구조조정 이행실적보고와 향후 추진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만찬에 들어가자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에게 대우중공업
옥포조선소의 파업문제와 제일은행 매각추진 실태 등을 질문하며 대화분위기
를 끌고 갔다.

김 대통령은 먼저 김우중 회장에게 유럽에서 대우의 소형차가 많이 수출
되는 이유를 물은뒤 정몽구 현대회장에게 기아자동차에 관한 사항을 질문
하는 등 그룹회장들이 좋아할 화제를 먼저 꺼냈다.

SK그룹의 경우 이동통신, 삼성은 반도체시장에 대해 각각 질문했다.

<> 김 대통령 =LG그룹이 반도체 빅딜에 협조해줘 감사하다.

앞으로 어떤 사업에 주력할 것인가.

<> 구본무 LG회장 =정보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며 데이콤을 인수하여 운영
하고자 한다.

<> 김 대통령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대우의 체어맨을 탄 이후 차가
잘 팔리느냐.

<> 김우중 대우회장 =영국신문에 여왕이 대우자동차 공장에 들러 소형차를
가리키고 있는 사진이 실려 좋은 선전이 됐다.

요즘 장관들이 2천4백cc급 차를 타고 다니는데 더 큰 차를 타야 세일즈가
될 것 같다.

대통령께서 장관들에게 큰 차를 타라고 지시해 주면 좋겠다.

<> 김 대통령 =영국여왕이 와서 세일즈 하고 대통령이 큰 차 타라고 말해
주면 청와대에도 뭐 좀 오는게 있느냐.(일동 웃음)

<> 정몽구 현대회장 =대통령께서 대우차만 말씀하시는데 현대차도 팔아야
되지 않느냐.(웃음)

현대에서 곧 4천5백cc급 차가 나오는데 청와대에 한대 기증할테니 타보시고
평가를 해달라.

또 기아차 육성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 다음은 만찬후 대화 내용 )

<> 김 회장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약속이 어떠한 이유든
늦어져서 대통령께 송구스럽다.

주채권은행과 접촉하고 있으니 이제부터 성과가 보일 것이다.

약속은 연말까지 이행한다.

더 이상 대통령께 폐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

<>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 =채권은행단은 우선 외자유치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 출자전환 금리조정 등을 협조해 줬으면 좋겠다.

또 동일계열이 구조조정을 했을때 여신한도 초과분에 대한 예외를 인정해
달라.

정부는 대통령 방일후 한일관계가 매우 협조적인데 한일기업간 유대강화를
적극 도와달라.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인세 증권거래세 등 세제혜택도 줬으면
좋겠다.

<> 김 회장 =통상압력이 강화될 조짐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적극 대처해 달라.

<> 이헌재 금감위원장 =재계의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정부는
최대한 지원하겠다.

그러나 절차와 내용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진돼야 한다.

5대그룹 외에도 구조조정을 하고 있으므로 형평성있게 적용하겠다.

정부는 국제규범내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

기업이 철저한 자구노력을 할때 출자전환 등을 채권은행과 상의해서 할
것이다.

동일계열 여신한도 문제도 인정할 것이다.

<> 김진표 재경부 세제실장 =세제지원을 위해 재경부내 세제대책반을
운영중이다.

국제규범에 어긋나지 않아야 통상마찰을 줄일 수 있다.

<> 박태준 자민련 총재 =5대 재벌의 구조조정 성과에 만족한다.

그동안 누적된 관행이 많았을텐데 개혁하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일을
함으로써 많은 고생을 했다.

채권은행도 고생이 많았다.

이 금감위원장 보고에 따르면 주간 월간 체크를 한다는데 매일 체크를
해야 놓치지 않을 것이다.

<> 김영배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 =오늘의 아픔이 내일의 영광이 되고
국가의 영광으로 승화될 것이다.

<> 김 대통령 =우리 국민과 국제여론은 5대 재벌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고
결국 안될 것이라는 의혹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 회합으로 진일보한 약속을 했다.

약속이 실천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머지않아 실천될 것도 있다.

회의결과 국민과 국제여론이 호전될 것이다.

이런 기대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아직도 반신반의한다.

정부는 자구노력과 자기개혁을 하는 기업을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합법적 범위내에서 강력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다그치는 것만 아니라 환율과 금리안정 등을 통해 기업을 돕고 있다.

정부는 시장경제원리를 준수해서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원칙을 지킬 것이다.

그러나 개혁을 등한히 해서 국민이익과 전체 경제에 해침이 있을 때는
합법적으로 개입할 것이다.

이때는 금융기관이 개입할 것이다.

은행은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재벌과 금융기관의 정상화를 위해 공적자금 64조원을 투입했다.

금융기관은 과거의 부실운영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수동적 자세를 버려야
한다.

주인의식을 갖고 계획을 검토하고 진행상황을 살펴 기업이 세계에서 경쟁력
을 갖도록 점검해야 한다.

금융기관이 잘하면 정부는 인센티브를 주고 잘못하면 책임을 묻겠다.

정부도 5대그룹이 하는 여하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고 신상필벌도 하겠다.

구조조정은 금감위 보고대로 해야 한다.

필요할때는 워크아웃 법정관리도 단행해야 한다.

대통령이나 여러분이나 영원한 것이 아니다.

후손에게 영예스러워야 한다.

나는 여러분을 파트너로 동지로 생각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다.

재계 금융기관 정부가 합심해서 차질없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것을 부탁한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