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상태에서 주차된 차량에 시동을 걸었더라도 기어를 넣지 않았다면
음주운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또 음주상태로 운전을 하지 않은 이상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서울지법 형사항소4부(재판장 김경종 부장판사)는 28일 음주측정에 불응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1심에서 벌금 1백만원이 선고된 김모(52)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이같이 판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정차된 차량에 시동을 거는 것만으로는 차량운
전으로 판정하기에 부족하며 최소한 차량발진을 위해 기어를 넣는 동작이
끝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술을 마신 상태에서 차량에 시동을 걸고 전조등을 켠 것은
사실이나 기어를 넣지 않은 만큼 음주운전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도로교통법상 경찰은 운전자가 술에 취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을 경우 음주측정을 요구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음주운전을 하지
않은 이상 음주측정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서울 성북구 정릉4동 모음식점에서 술을 마신 뒤 담뱃불
을 붙이기 위해 길가에 세워 놓은 자신의 승용차에 시동을 걸고 전조등을
켰다.

김씨는 때마침 인근에서 음주단속중인 경찰관에게 적발돼 음주측정을
요구받았으나 거절한 혐의로 기소됐다.

<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