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미래를 프로그래밍하는 것은 스스로의 의무입니다. 나를 바꾸면
인생이 달라지지요"

신경정신과 전문의 양창순(44.서울백제병원부원장)씨.

95년 "이젠 부모노릇 신나게 합시다"를 시작으로 4권의 베스트셀러를 잇따라
낸 그가 새책 "내가 누구인지 말하는 것이 왜 두려운가"(현대문학, 7천5백원)
를 출간했다.

부제 "내 안의 나를 바꾸기"가 말해주듯 자기혁신에 관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특히 샐러리맨과 경영자들에게 지침이 될만한 얘기가 많다.

서울 한남동에 있는 병원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파가나니의 "모세의 기도" 변주곡이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그의 방은 거실
처럼 편안했다.

비취색 투피스 차림에 차분한 매무새.

좋아하는 음악을 몇번이나 반복해서 듣는 버릇이 있다는 그는 CD 모으는 게
취미라고 말했다.

왜 하필 정신과 의사가 됐을까.

"첫 해부학 시간에 인간의 몸이 우주보다 더 신비하다는 걸 알았죠. 그런데
우주에서보다도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인간의 정신세계잖아요.
그것이 알고 싶었죠"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상황에 놓이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게 안타깝다고 말한다.

누구나 사랑한 만큼 받고 싶고 노력한 만큼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그것이
기대치에 못 미칠 때 우울과 분노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삶은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느냐"에 달렸다는 진리는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일체유심조"와 닮았다.

"인생은 숨은 그림 찾기 같아서 가까이 들여다보는 것보다 좀 떨어져
조감할 때 더 잘 보이잖아요"

그는 이 책에서 삶의 여러 단계에서 부딪치는 나와의 문제들을 청소년기와
성인기, 정신적 가치가 중요해지는 중년기, 희망이 더욱 필요해지는 노년기로
나눠 조명한다.

특히 중년의 위기에 대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중년 위기의 원인중 하나는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쏟은 에너지의 역할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에너지의 물길을 정신적인 가치로 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심리학자 칼 융이 말한 "빈 페이지"를 메우는 새로운 가치가 필요한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인간관계의 친밀감이 중요하지만 40을 넘으면 너그러움을
익혀야 합니다. 나와 남을 함께 건강하게 만드는 묘약이지요"

그는 이번 저서와 같은 제목의 책을 썼던 존 포웰의 지적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말하면 상대가 자기를 싫어할까봐 두려워하는" 일종의
"거부 불안"을 갖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기주장 훈련"과 "좌절에
대한 관용" "유머의 미학"을 배우라고 권한다.

또 지나친 기대에서 나오는 "거품 환상"을 버리라고 강조한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서 절벽 아래의 성배를 줍는데 집착하다 죽는 여자
처럼 아집은 곧 불행의 원천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나와의 관계에서 저지르기 쉬운 7가지 실수"를 지적하면서 "나 자신과
잘 지내는 방법"을 제시한다.

<> 나의 아킬레스건을 찾아낸다-장점과 단점을 드러내고 인정하라.

<> 나는 내 약점보다 크고 강하다는 것을 안다-죄책감이나 완벽주의에
인생을 소비하지 말라.

<> 과거와 화해한다-지나간 일로 고문당하지 말라.

<> 나의 외모를 받아들인다-외모 콤플렉스를 벗어나라.

<> 비난을 받아들인다-상처를 입기보다 약으로 삼아라.

<> 시간을 올바로 활용한다-바쁘다고 허둥대지 말고 5분쯤 눈을 감고
쉬어보라.

<> "내가 만약"의 수렁에 빠지지 않는다-쓸데없는 가정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라 등이 그것이다.

그는 헤어지면서 "취향이 비슷한 것 같다"며 CD 석장을 선물로 건넸다.

파가니니의 음악에 반한 슈베르트가 책을 팔아 입장권을 샀다는 일화가
떠올라 자동차에 있던 바이올린 연주 테이프 "늪"을 답례로 주려고
들어가다가 따라 나오는 그와 마주쳤다.

그는 73년에 나온 전혜린 번역의 "압록강은 흐른다"(이미륵 저, 범우사)
문고판을 내밀고는 스무살 무렵 가장 감명깊게 읽었던 책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 고두현 기자 kd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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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의 관계에서 저지르기 쉬운 7가지 실수"

<> 사소한 일에 집착하고 걱정한다 =불안해하지 말라.

자신을 믿고 스스로 선택한 행동의 결과를 받아들여라.

<>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 안다고 생각한다 =지레짐작의 오류.

상대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이해하라.

<> 다른 사람의 생각을 내 관점에서 판단한다 =직장상사가 무심코 한 말에
혼자만 상처받는다.

부정적인 생각을 버려라.

<> 지나친 낙관주의 =비타민은 몸에 좋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

막연히 잘 되리란 생각은 금물.

책임의식을 가져라.

<> 지나친 비관주의 =무슨 일에든 희생자가 되기 쉬운 타입.

스스로 못났다는 생각을 버리고 긍정적인 확신을 지녀라.

<> 지나친 완벽주의 =반쯤의 공포와 반쯤의 환상에서 비롯되는 병.

열등감도 원인이다.

자기 기만과 억압에서 벗어나라.

<> 자주 비교의 함정에 빠진다 =나쁜 쪽으로 "거울"을 들이대지 말라.

비관적 비교로 자기 목표에 도달하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말라.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