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법무부에서 효도상속분제도라고 해서 부모에게 효도를 한 사람
에게 더 많은 상속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법무부에서 마련한 이 제도에 따르면 효도를 한 사람, 즉 피상속인
을 부양한 사람을 법원의 판결로 확정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우리
민법에 규정된 법정상속분 제도를 유명무실화하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서울가정법원에서는 법무부에서 마련한 효도상속분 제도 없이 현재의
우리 민법만 가지고도 동일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판례가
하나 나와 오늘은 그 판결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우리 민법에는 지금까지 거의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기여분 제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기여분제도라는 것은 공동상속인중에 피상속인의 재산을 유지하거나 증가
시키는데 특별하게 기여한 사람이 있을 경우에 그 사람에게 그간의 기여도를
감안해서 다른 상속인 보다 더 많은 상속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제도
입니다.

우리 민법에 이처럼 기여분 제도라는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전혀
이용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법무부에서 효도상속분 제도라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자 한것입니다.

이번에 법원에서 사문화되었던 기여분 제도를 다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림
으로써 새로운 입법 없이도 효도상속분 제도를 갈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됩니다.

서울가정법원(97느 8349)은 이혼한 아버지를 13년 동안 헌신적으로 봉양해
온 이씨가 다른 세동생을 상대로 낸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에서 장녀인
이씨에게 1억5천만원을 먼저 주고 나머지 상속재산을 이씨를 포함한 4형제가
나눠 가지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이씨가 비록 상속재산을 형성하는데 기여한 바는
없지만 출가한 후에도 이혼한 아버지의 집에 들어와서 13년동안 집안살림을
도맡아 아버지와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함으로써 사실상 상속재산의 유지및
감소방지에 기여했다고 볼것입니다.

더구나 아버지가 투병생활을 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간병을 함으로써 보통
기대되는 수준 이상의 특별한 부양과 간호를 했기 때문에 이렇게 기여분을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이렇게 이미 우리 법에 규정되어 있는 기여분제도를
다시 활성화하고 법원이 판결을 통해서 기여분의 적용이나 인정기준을 마련
한다면 굳이 새롭게 효도상속분 제도를 만들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더욱이 법무부에서 마련한 효도상속분이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보다는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정책적으로도 더 바람직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기여분 제도가 있다고 해서 요즘 점점 희박해져 가는 상속제도가 다시
살아난다면 그것이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미 있는 제도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그것이 굳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 변호사.한얼종합법률사무소 hanollaw@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