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대우중공업 보유 지분 전격 인수는 LG측에 데이콤 경영권 확보전을
겨냥한 일종의 선전포고를 한 셈으로 볼수 있다.

삼성측은 그동안 의도를 감춘채 투자목적이라며 데이콤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 왔다.

삼성이 이처럼 데이콤 주식 매수목적을 확실히 한 것은 사전준비 작업을
어느정도 마무리했다는 반증으로 볼수 있다.

이에따라 삼성과 LG는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싸움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LG는 당초 반도체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데이콤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었다.

LG반도체를 넘겨주는 대신 이미 현대가 보유한 데이콤 지분을 대금조로
받기로 했다.

앞으로 데이콤 경영권 향방은 16.6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동양측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양이 삼성과 LG 어느쪽 편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데이콤 주인이 바뀐다.

일종의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를 쥔 셈이다.

<> 삼성의 의도 =삼성이 데이콤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기간통신사업자를
인수할 경우 주력사업인 전자분야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룰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오래전부터 데이콤에 눈독을 들여 왔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정보통신사업을 위해선 기간통신업체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데이콤을 인수할 경우 기존 통신장비와 단말기 사업,
인터넷 사업 등과 시너지 효과를 거둘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데이콤 경영권 인수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하지 못한 것은
구조조정에 역행한다는 여론을 의식한데 따른 것"이라며 "이제는 7개업종의
빅딜이 일단락된 만큼 핵심역량 강화차원에서 데이콤 인수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힐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업체의 지분소유제한도 풀리는 만큼
국내업체에 제한을 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측의 이같은 입장 변화는 LG가 현대의 데이콤 지분을 넘겨받아 데이콤
경영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진데서도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업구조조정 차원에서 추진한 빅딜과 데이콤 경영권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는데서도 드러난다.

<> LG의 반응 =LG는 데이콤 경영권을 조기에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구본무 회장이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에 데이콤 인수의사를
밝힌데 이어 변규칠 LG텔레콤 회장은 28일 남궁석 정보통신부장관을 찾아
청와대 모임에 대해 재차 설명했다.

LG는 이같은 분위기 조성과 함께 조만간 데이콤 지분보유를 제한하고 있는
PCS 사업권 허가조건에 대한 변경신청을 낼 계획이다.

당초 신청시기를 5월초로 예상했지만 삼성이 데이콤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어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LG는 삼성이 대우의 데이콤지분을 장내에서 사들인데 대해 겉으로 느긋해
하면서도 삼성의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지분매각 의사를 갖고 있는 동양에 대해선 자신을 결코 불리한 입장으로
몰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측에 유리하게 조성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동양측이 제대로 읽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 동양의 입장 =동양은 데이콤 보유지분 16.68%를 어느곳에 팔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대인 동양 전무는 "최근 정황에 비춰볼 때 데이콤의 경영권 확보가
어려워진 만큼 삼성과 LG중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에 지분을 팔 계획"
이라고 말했다.

동양측은 LG가 정보통신부에 데이콤지분 5% 소유제한을 풀어줄 것을 요구한
이후에나 본격적인 지분매각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본격적인 협상시기는 현재현 회장이 미국에서 귀국하는 5월초가 돼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동양측은 그러나 삼성 LG 양측과 지분매각을 위해 그동안 물밑접촉을 가진
사실을 부인하진 않았다.

< 윤진식 기자 jsyoon@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