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29일 이민을 위장해서 교묘하게 탈세를 하는 등 신종탈세혐의자에
대한 집중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국세청은 또 해외골프여행이 잦은 사람들의 명단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골프
투어 전문여행사 4곳에 대한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세청은 여행사들의 고객명단을 확보해 상습여행자를 가려낸 뒤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국세청은 지난 1월부터 3월 사이에만 음성.탈루소득자 1천3백90명으로부터
6천1백39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또 탈세혐의가 있는 6백46명에 대해 추가로 정밀세무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조사에서 드러난 신종탈세 사례는 이렇다.

<> 위장 이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하던 의사
이모씨(51)는 소아과 병원을 따로 운영하던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투자이민을
갔다.

이씨부부는 95년 8월 영주권이 나오자 한달만인 9월 장남(21)만 남겨두고
귀국, 병원을 계속 운영했다.

이들은 두 병원에서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일반진료 수입 14억원과
부동산 임대수입 2억원 등 최근 5년동안 12억원의 소득을 탈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부부는 아들의 생활자금 명목으로 거액을 해외로 유출했다.

또 아들과 함께 지금까지 무려 48차례나 해외여행을 다니는 호화생활을
했다.

국세청은 이씨 부부로부터 소득세 8억원 등 10억원의 탈루세금을 추징했다.

당국자는 외환위기 이후 고소득전문직종의 위장이민행위가 증가추세에
있다며 위장이민자들에 대한 조사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불임치료 전문 유명산부인과의 탈세 =박모(48)씨가 운영하는 산부인과는
서울 강남에서 시험관 아기시술 등 불임치료 전문병원으로 유명하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통상 여러번을 시도해야 성공할 수 있는데 이 산부인과
는 1~2회만 시술한 것으로 장부에 기재했다.

당연히 장부에서 빠진 시술건수만큼 수입금액이 누락됐다.

이 산부인과는 수입금액 축소에 맞춰 병원의 비용도 줄였다.

고용의사들에게 실제로는 4억3천1백만원을 지급했으면서도 2억1천1백만원만
준 것으로 신고했다.

당연히 근로소득세도 탈루됐다.

국세청은 산부인과 대표 박씨에게 소득세 등 7억6천500만원을 추징했다.

<> 변칙증여 =대구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김모(60)씨에 대한 조사결과
자금동원 능력이 없는 아들이 95~96년에 실시된 계열기업 유상증자에 참여한
사실이 발견됐다.

아들이 낸 증자대금은 45억원인데 전액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것으로 돼
있었다.

국세청은 이 대출금을 누가 갚았는지에 대해 추적한 끝에 김씨가 모두
갚아준 사실을 밝혀내고 증여세 등으로 30억8천8백만원을 추징했다.

<> 대학교수의 변칙상속 =대학교수인 김모(50)씨는 어머니로부터 14층
건물을 몰래 증여받으려다 17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어머니 이모씨는 이 건물을 김씨에게 증여하기 위해 10여년에 걸쳐 치밀한
작업을 했다.

이씨는 우선 74년 부동산임대법인을 설립해 이 건물의 소유권을 법인에게
넘겼다.

이후 법인의 주식을 친인척 및 남편의 동료 앞으로 명의를 이전해뒀다.

이후 김씨에게 소득원이 생기자 명의신탁했던 주식을 김씨가 직접 산 것
처럼 위장했다가 들통이 났다.

<> 탈세자금으로 사채놀이 =서울 용산구에서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이모(80)
씨는 1천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한 재력가.

임대료 수입을 줄이는 등의 수법으로 26억여원의 수입을 누락시켰다.

이씨는 이 돈을 본인 및 처제 명의로 사채놀이에 활용했고 사채이자
5억9천8백만원도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소득세 법인세 등 22억원을 추징했다.

< 김인식 기자 sskis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