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칼날은 매섭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취하는 조치마다 "칼바람"을 일으킨다.

그런 금감원이 이번엔 유가증권발행및 유통시장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신동방및 한일약품에 대해선 증권거래법상 포괄적 사기금지조항을 적용,
검찰에 고발했다.

유가증권 발행에 대해 이 조항을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은 주가조작혐의로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주가조작혐의로 그룹 계열사를 고발하기도 역시 처음이다.

금감원의 조치는 옳다.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을 정도다.

선의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발행 및 유통시장의 질서를 바로
잡아야 하는건 당위다.

대상이 누구이건 관계없어야 하는건 물론이다.

금감원은 아예 한발 더 나아갔다.

유가증권 신고서 심사제도및 관행 혁신방안을 마련, 하반기부터 시행키로
했다.

유가증권 발행기업에 대한 주간사 증권사의 실사의무를 강화한게 골자다.

그러나 금감원의 "강공 드라이브"엔 뭔가가 빠져 있는것 같다.

최근 취한 일련의 조치를 따져보면 그렇다.

바로 금감원의 책임인정이다.

금감원은 공시심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가증권발행절차가 정당한지를 최종적으로 살펴보는게 금감원에게 주어진
의무다.

만일 유가증권 발행에 하자가 있었다면 그 책임의 상당부분은 금감원이
져야 한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오로지 그 책임을 발행회사와 주간사 증권사에만 떠넘
기고 있다.

신동방과 한일약품건에 관련해서는 현대증권과 동원증권을 징계했다.

금감원에 제출한 유가증권신고서및 사업설명서를 부실기재했다는 이유에서
다.

유가증권신고서 등을 최종 점검해야 하는 금감원의 책임에 대해선 "인력이
달려 법적절차를 지켰는지만 따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새롭게 도입하겠다는 심사제도도 마찬가지다.

주간사회사가 모든 책임을 지라는 식이다.

그렇지 않으면 엄중조치하겠다는게 골자다.

금감원의 역할에 대해선 "자료제출요구권 정정명령권등 기존 장치를 엄격히
활용하겠다"고 강조하는데 그치고 있다.

보기에 따라선 현대증권과 동원증권에 대한 제재를 정당화하기위해 새로운
심사제도를 발표했다는 해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금감원은 건전한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을 만들기위한 최후 보루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손이 없으니 주간사가 알아서 하라"는 식의 태도는
너무 무책임하다.

자신의 책임을 솔직히 인정할줄 아는 감독당국이 아쉽다.

< 하영춘 증권부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