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학계의 대표적 한국경제 전문가인 리처드 스티어즈 오리건대 교수는
"한국은 역사적으로 외침 등의 고비를 넘기고 난 직후 경제.문화적으로
엄청난 르네상스를 구가해 왔다"며 외환위기 충격에서 벗어나는 요즘이
한국에 또한번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의 영문 전기인 "메이드 인 코리아 : 정주영"의
저자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스티어즈교수는 29일(현지시간) 미 코리아 소사이어티(회장 도널드 그레그
전주한미국대사) 주최로 맨해튼의 연회장인 엠파이어 코리아에서 만찬
강연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스티어즈교수는 "한국의 기업가정신"이란 주제로 열린 이 강연회에서
임진왜란때 한국이 세계 최초의 철갑선을 발명한 사례 등을 지적하고 "한국인
들은 타고난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해왔으며 그 전통이
한국전쟁직후 현대 삼성 LG 대우 등 굴지의 세계적 대기업들을 탄생시킨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대그룹 정 명예회장이 무일푼에서 건설 자동차 반도체 중공업 등
국가기간산업을 일궈낸 사례를 들며 "미증유의 외환위기를 맞아 재벌들이
무조건의 비판 대상이 되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 최대의 자산은 바로 이들
재벌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어즈 교수는 정 명예회장이 금강산프로젝트 등을 통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앞장서고 있음을 환기시킨 뒤 "고 박정희 대통령이 정치적인기는
없었지만 국가 인프라를 건설한 지도자로 기억되고 있듯 재벌 창업자들도
막대한 고용을 창출한 점 등이 역사의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현대와 대우그룹이 밝힌 구조조정 계획에 언급, "글로벌
무한경쟁시대를 맞은 요즘 재벌들이 업종별로 전문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그러나 "선진국 기업들이 국경을 넘어선 M&A(인수 및 합병)를
통해 대형화를 추구하는 와중에 무조건적인 다운사이징으로 내몰려서는 곤란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