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훈 < 현대전자 상무 >

"과분한 상을 받게돼 부끄럽습니다. 무엇보다도 김만재 노동조합위원장에게
이 공을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현대전자 김병훈(49) 상무는 협력적 노사관계를 정립한 공로로 사용자부문
에서 유일하게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통상 금탑이나 은탑산업훈장은 근로자나 노동조합 간부에게만 주어진다.

그런데도 김 상무에게 가장 높은 훈장이 간 것은 이유가 있다.

바로 지난 83년 창립이래 단 한번도 노사분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대그룹 계열 제조업체중 유일한 기록이기도 하다.

지난 97년말 2만1천4백80명이었던 임직원은 지난해말에 1만4천2백72명으로
33%나 감축됐다.

이와중에도 현대전자는 조용했다.

노사간에 비상대책노사협의회를 구성, <>분사및 명예퇴직제 시행을 통한
인원감축 <>성과급 80% 반납 등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정리해고 과정에서 심한 파업사태가 빚어졌던 다른 회사와는 상이한
모습이다.

김 상무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지난 95년부터 추진해온
"노사불이" 신문화운동 선언.

"노조가 회사경영을 알면 골치 아프다"는 기존 고정관념을 깬 시도였다.

노조와 회사가 공동으로 현안을 해결하자는 새로운 경영시스템을 도입한
것이었다.

당시 30대 그룹중 처음으로 산업평화 성화를 노사 대표가 함께 봉송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이후 다른 1천여개 사업장도 뒤따라 왔다.

그해 현대전자는 정부로부터 산업평화의 탑을 받았다.

지난 87년부터 시작된 8년간의 노동운동 격동기를 종식시키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노사불이 정신이 자리를 잡으면서 달라진게 많았다.

"무조건 올려달라"는 임금교섭 관행이 무너졌다.

대신에 경영실적과 연계된 임금교섭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지난 95년과 96년에는 임금인상률이 한자리수 였다.

97년부터는 경영 악화를 감안, 2년간 임금을 동결하는 데 노사가 합의했다.

김 상무는 노사간 대화채널을 다양화하는 데도 주력했다.

노사불이 추진 사무국을 비롯, <>본사 차원의 노사협의회 <>12개 본부별
노사협의회 <>노사간 애로사항을 서로 이야기하는 고충상담실등을 만들었다.

분기별로 한번씩 경영설명회를 갖는다.

이자리에서 손익및 매출추이,인사방침,교육계획 등을 노조측에 설명해 준다.

노사협의회에 상정된 안건의 90%이상이 즉시 처리된다.

사소한 불만이 대형사고로 비화되는 것을 예방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노조 간부들도 사무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1년에 2차례씩 각 본부를
순회한다.

본부장(전무급)과 대화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김 상무는 요즘 어깨가 무겁다.

현대전자에서 반도체를 제외한 사업부문을 떼어내야 하는 데다 LG반도체
직원과의 융화등 난제가 산적해서다.

그는 이런 상황일수록 원론적으로 접근한다.

그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재주를 피우지 말고 신뢰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 이천=최승욱 기자 sw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