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타행송금업무 처리에 허점이 노출돼 크고 작은 사기행각에 이용
되고 있다.

계좌이체로 돈을 보낼 경우 거래당일에 한해 송금을 취소할 수 있는 점을
이용, 돈을 보낸 뒤 물건을 받자마자 송금을 취소하는 숫법이다.

특히 최근들어 인터넷 사이버거래, 통신판매등 은행간 계좌이체를 통한
거래가 급증하고 있어 앞으로 유사한 사고가 빈발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같은 사기는 상거래 뿐 아니라 개인간의 돈거래에서도 생길 수 있어
송금취소에 대한 은행들의 관리가 더욱 강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침대제조업체인 A사는 최근 "송금사기"에 걸려들어 예상도 못했던 피해를
당했다.

A사는 지난 2월말 대리점계약을 맺고 있던 J가구 권모사장으로부터 침대를
주문받았다.

A사는 현금결제를 요구, 거래은행인 계좌번호을 권씨에게 알려줬다.

권씨는 곧바로 S은행을 통해 물품대금을 송금했다.

A사는 거래은행의 자동응답서비스를 통해 입금사실을 확인한 뒤 침대를
보냈다.

그러나 나중에 돈을 찾을려고 보니 물품대금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A사는 뒤늦게야 권씨가 돈을 부친후 곧바로 S은행에 찾아가 송금을 취소
시켰다는 것을 알게됐다.

결국 J가구의 부도로 돈을 받을 수 없게된 A사는 "계좌주의 허락도 없이
송금을 취소시켰다"며 S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물론 A사는 소송에서 이겼다.

서울지법 민사3단독 (김동국판사)은 "은행간 계좌이체가 이뤄지는 순간
돈의 소유주는 송금자에서 계좌주로 바뀐다"며 "계좌주에게 확인하지 않은
은행측에 모든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A사는 S은행으로부터 피해배상을 받기는 했지만 비용과 시간을 엄청나게
써야 했다.

A사 외에도 이런 유형의 크고작은 사례들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자금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을 끌다가 나중에 주려고 일부러
송금취소를 이용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대해 S은행측은 "금융결제원과 은행간에 체결된 "타행환 공동망업무
시행세칙"에 창구직원의 기계 오작동 등 당사자의 의사와 다른 사고가 생겼을
경우 송금을 취소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자주 거래하는 고객들이 취소를
요구할 경우에도 특이점이 없으면 들어주는 게 관례"라고 설명했다.

결국 은행 측의 부주의로 사고가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A사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는 "은행이 송금된 돈을 계좌주의 허락도 받지
않고 취소해 주는 관행에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대형 금융사기 행각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