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패션이 백화점의 일방적인 입점수수료 인상에 공동대응키로 한 패션업계
의 약속을 위반, 유통산업의 건전한 시장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이번 사태의 파문이 확산되자 진상조사에 나섰으며 관계부처와
제재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3일 산업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에스에스패션을 중심으로 한
패션업체들은 최근 입점수수료율을 크게 올려달라고 요구한 롯데백화점
분당점의 요구를 거부키로 공동결의했다.

그러나 LG패션이 이런 약속을 깨고 롯데백화점에 먼저 입주하는 바람에
백화점의 부당행위에 맞서기로 한 패션업체의 공동전선이 와해됐다.

롯데는 블루힐 백화점을 인수, 지난달 1일 개점하면서 입점업체에 대한
판매수수료율을 여성복은 25%에서 31%로, 신사복은 19%에서 26%수준으로
대폭 올리겠다고 입주희망업체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의 에스에스와 제일모직 하티스트, LG, 코오롱, 캠브리지
등 5개 신사복 메이커들은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수수료율 인상을 거부하며
강력 반발했다.

이들 패션업체들은 백화점 입점포기까지 불사하며 롯데측에 수수료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의 경우 "롯데백화점의 모든 매장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에스에스의
패션브랜드 매장을 철수시키겠다"며 싸움을 벌였다.

이런 와중에 LG패션은 롯데백화점의 각개격파식 입점압력에 굴복, 백기를
들었다.

LG패션측은 "선입점후 수수료율을 조정한다는 내부결정에 따라 롯데 분당
백화점에 매장을 오픈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측 관계자는 "LG패션이 입주하는 바람에 백화점의 압력에 맞서
행동통일을 하려던 패션업계의 자존심이 구겨졌다"고 밝혔다.

현재 롯데백화점 분당점엔 LG패션을 비롯, 코오롱 캠브리지 등 3개사의
브랜드 매장이 입주해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 계열인 삼성물산의 에스에스패션과 제일모직의 하티스트
브랜드는 인근 삼성플라자에 자체매장을 열었을 뿐 롯데백화점엔 들어가지
않았다.

한편 산업자원부는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LG패션이 패션업계의 건전한 유통시장 질서를 저해했다면
관계당국과 제재여부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 정구학 기자cgh@ 박기호 기자 kh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