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없고 머리가 무거우며 피로가 좀처럼 가시지 않을때 새큼한 식초가
든 음식을 먹으면 입맛이 되살아난다.

피로가 말끔이 가신다.

육체적 정신적인 노동을 하고 나면 체내에 다량의 젖산이 쌓이게 된다.

포도당은 산화되면서 에너지를 만드는데 이때 젖산이 생긴다.

근육에 젖산이 많아졌다는 것은 체력이 소모됐다는 뜻이다.

젖산은 뇌속에도 쌓이게 되는데 뇌세포의 작용을 감퇴시켜 사고능력을
떨어뜨린다.

이럴때 식초를 먹으면 젖산이 분해돼 대변이나 소변을 통해 배설되고
피로가 가시게 된다.

당뇨병환자에게 식초를 먹이면 일시적이기는 하나 당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을 만큼 식초는 중요한 식품이다.

식초를 선택할때 공업용 빙초산을 고르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톡쏘는 맛 때문에 빙초산이 식용식초로 판매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진풍경이 아닐 수 없다.

식초가 톡쏘는 강한 맛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식용으로 쓰는 식초는 빙초산에 물을 타 만든 것이 아니다.

미생물로 발효해 만든 양조식초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양조식초의 규격은 초산함량을 7%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3~4%로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초산농도를 낮게 하는 이유는 빙초산처럼 농도가 진한 식초를 먹게
되면 위장의 벽이 헐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천적으로 위장이 약하거나 위산과다 위궤양에 걸린 사람은 농도가
진한 식초를 먹는 것을 삼가야 한다.

식초의 영양학적 가치는 지난 53년 노벨상을 받은 크렙스 박사에 의해
자세히 밝혀졌다.

식초는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영양소가 체내에서 분해되는 과정인
크렙스사이클(또는 TCA사이클)을 잘 돌아가게 한다.

식초는 산맛이 있어 산성식품으로 오해하기 쉬우나 사실은 알칼리성 식품
이다.

혈액을 약 알칼리성으로 만들어 준다.

육류나 쌀밥같은 산성식품을 많이 먹을수록 식초를 섭취해 체질이 산성화
되지 않도록 조절해 줘야 한다.

흔히 생리일을 맞은 여성들이 흥분하거나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쉬운 것은
평상시보다 많은 양의 노폐물이 핏속에 생겨 이를 방출시키기 위해 혈액속의
칼슘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폐물을 제거하고 세포를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식초가
들어간 음식을 상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식초는 강한 살균력을 갖고 있어 여름철에 전염되기 쉬운 이질이나
장티푸스 등 식중독균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

초밥이나 냉면을 먹을때 식초를 넣는 것은 별미를 낼 뿐만 아니라 부패균의
번식을 막아 식중독을 예방하는 두가지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현명한 조리법
이라 하겠다.

< 동국대 식품공학과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4일자 ).